본문 바로가기
필리핀 일로일로 생존기

🥭 세계 최고의 망고 섬, 기마라스 — 보트 위의 물고기, 불가사리, 그리고 푸짐한 점심까지

by 피터빅 2026. 5. 14.

기마라스
기마라스

🚢 일로일로에서 기마라스까지, 바다 위 15분의 설렘

일로일로에서 기마라스 섬으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일로일로 시내에 있는 Ortiz Wharf(오르티즈 부두) 또는 Parola Wharf(파롤라 부두)로 가면 기마라스행 펌프보트가 15~30분 간격으로 수시로 출발한다.

2026년 3월부터 요금이 기존 30페소에서 40페소로 인상되었는데, 한화로 약 천 원이 안 되니 부담은 전혀 없다.

부두에서 티켓을 사면 탑승할 보트 이름이 적혀 있으니 확인하고 타면 된다. 보트에 올라타는 순간부터 바다 위로 짭조름한 바람이 불어오고, 아이들은 선미 쪽에 나란히 앉아 일로일로 시내가 점점 작아지는 걸 구경하느라 바쁘다.

채 15~20분이 지나기도 전에 기마라스 조던 부두에 도착하는데, 그 짧은 바다 위의 시간이 주는 설렘은 의외로 크다. 부두에 내리면 관광 등록부에 서명을 하고, 바로 앞에서 교통수단을 잡을 수 있다.

우리는 지프니를 하루 통째로 빌렸는데, 비용은 2,500페소. 총 8명이 함께 갔으니 1인당 약 312페소, 한화 약 7천 원 정도로 섬 전체를 누빈 셈이다.

50대 중반 아빠가 중1, 초6 딸 둘을 데리고 필리핀 지프니 뒤에 올라탄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동시에 묘하게 뿌듯하기도 했다.

지프니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뜨거운 열대 바람을 맞으며 "이게 바로 살아있다는 거지!" 하고 속으로 외쳤다.

 

🏝️ 제주도의 귤처럼, 기마라스의 망고 — 작지만 강한 섬과 망고피자의 진실

기마라스 섬의 면적은 약 605㎢로, 제주도(약 1,849㎢)의 3분의 1 정도 된다.

크기는 작지만 이 섬이 품고 있는 존재감은 결코 작지 않다.

제주도 하면 귤이 떠오르듯, 기마라스 하면 세계 최고의 망고가 떠오른다.

이곳의 망고는 화산 토양과 독특한 기후가 만들어낸 천혜의 단맛으로, 영국 버킹엄 궁전 공식 디저트에도 납품될 정도라고 한다. 길을 따라 달리다 보면 양쪽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망고 농장이 마치 제주도 중산간도로의 감귤밭을 연상시킨다.

차이가 있다면, 여기는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전부 망고나무라는 것. 매년 5월에는 망가한 페스티벌이 열려 망고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퍼레이드를 하고, 망고 피자부터 망고 잼, 망고 셰이크까지 온갖 망고 디저트가 섬 전체를 달콤하게 물들인다.

그런데 여기서 솔직한 고백 하나. 기마라스에 오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그 유명한 망고피자, 실제로 먹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솔직히 비추다. 달콤한 망고와 짭조름한 치즈의 조합이 뭔가 혁신적일 거라 기대했는데, 입에서는 "이걸 왜 같이 넣었지?" 하는 혼란만 남았다.

물론 기마라스까지 왔으니 경험 삼아 딱 한 번은 먹어볼 만하다.

하지만 두 번은 없다. 차라리 그 돈으로 갓 딴 생망고를 사 먹는 게 백 배 낫다는 게 이 아빠의 솔직한 후기다.

 

🐠 보트 위의 아이들 — 불가사리와 젤리피쉬 대소동

 

리조트에 도착해서 아일랜드 호핑 보트를 빌렸다.

보트 대여비는 2,500페소, 8명이 머릿수대로 나누니 1인당 약 312페소. 스노클링 장비는 1인당 200페소.

가격을 다 합쳐도 한 사람당 한화 만 원 남짓이니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 할 가성비다.

장비를 착용하고 바다에 뛰어드는 순간, 투명한 에메랄드빛 물속으로 알록달록한 열대어들이 눈앞을 스쳐간다.

아이들은 물속에서 물고기에게 손짓발짓을 하며 대화를 시도하고, 물고기들도 신기한 듯 아이들 주변을 맴돌았다.

한국에서는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던 아이들이 이제 바닷속 생물과 교감하고 있다니, 이런 게 바로 살아있는 교육이 아닐까.

보트 직원이 바다 밑으로 잠수하더니 파란색 불가사리 두 개를 건져 올려줬다.

딸들의 입에서 동시에 "우와!" 하는 탄성이 터졌고,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사진을 찍는 표정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물속에 젤리피쉬 떼가 나타났다. 순간 나와 아이들 모두 "으악!" 하며 보트 위로 번개처럼 올라갔다.

심장이 쿵쾅대는데, 보트 직원이 웃으면서 "No sting, no sting!" 이라고 한다.

독이 없는 안전한 종류란다.

물속에서 둥실둥실 유유히 떠다니는 투명한 젤리피쉬는 겁먹은 우리와 달리 한없이 평화로웠고, 자세히 보니 정말 귀여웠다.

아이들은 금세 공포를 잊고 젤리피쉬 사진을 찍느라 다시 물속에 머리를 들이밀었다.

 

🍝 푸짐한 점심과 땡볕 아래 해변 — 행복의 가성비

 

아일랜드 호핑을 마치고 돌아와 점심을 먹었는데, 이게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파스타 한 접시가 450페소, 한화 약 만 원이라 처음엔 솔직히 "좀 비싼데?" 싶었다.

그런데 접시가 나온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2명이 먹어도 충분할 만큼 푸짐한 양에, 싱싱한 해산물까지 듬뿍 올라가 있었다.

필리핀 물가 기준으로도 관광지라 살짝 비싼 편이긴 한데, 이 양이면 전혀 아깝지 않다.

아이들은 허겁지겁 접시를 비우더니 디저트로 망고 셰이크까지 마시고는 바로 해변으로 달려 나갔다.

한낮의 필리핀 햇볕은 정말 자비가 없다. 자외선 차단제를 세 번이나 덧발라도 피부가 화끈거릴 정도인데, 해변에서 파도와 몸싸움을 하며 깔깔대는 아이들을 보면 그 더위조차 감사해진다.

한국에서 새벽부터 밤까지 학원 뺑뺑이를 돌며 지쳐 있던 아이들이, 지금 이렇게 온몸으로 세상을 경험하고 있다. 그 모습이 50대 중반 아빠에게는 어떤 시험 성적보다 값진 보상이다.

우리는 여기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

돌아오는 보트 안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두 딸의 햇볕에 그을린 얼굴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인생은 나이가 아니라 방향이다.

기마라스에서 보낸 이 하루가, 아이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평생 잊지 못할 한 페이지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