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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일로일로 생존기

🌟 식습관, 정리정돈, 웃음… 일로일로에서 달라진 아이들의 모든 변화슈퍼울트라캡절대초긍정!

by 피터빅 2026. 5. 15.

스스로 옷정리하기
옷정리 하는 아이들

🍚 챕터 1. 밥을 잘 먹는다, 식습관의 기적

필리핀 일로일로에 온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 확실히 아이들이 달라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식습관이다. 한국에 있을 때는 밥 한 공기를 비우는 날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학원 끝나고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하나, 떡볶이 한 컵, 아이스크림 하나 물고 들어오면 저녁 식사는 자연스럽게 건너뛰기 일쑤였다. 불규칙한 식사 시간에 간식으로 배를 채우니 정작 밥상 앞에서는 숟가락만 굴리다 일어나곤 했다. 그런데 이곳에 와서는 세 끼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양만큼 깨끗이 먹는다. 비결이 뭐냐고 물으면 사실 별거 없다. 초반에 간식을 의도적으로 사주지 않았을 뿐이다. 어학원 생활을 하면서 정해진 식사 시간에만 먹다 보니, 몸이 리듬을 찾은 것 같다. 얼마 전 한국에서 아내가 보내준 컵라면과 과자 한 박스가 아직도 절반 넘게 남아 있다. 한국이었으면 하루 만에 바닥났을 텐데 말이다. 50대 중반 아빠가 딸 둘 데리고 타국에서 고군분투하는 이 상황이,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건강한 습관을 선물해 준 셈이다. 노력하지 말고 즐기자, 이 좌우명이 여기서도 통한다.


👗 챕터 2. 정리정돈의 신세계, 어지르기 챔피언의 변신

두 번째로 놀라운 변화는 정리정돈이다. 이건 정말 눈을 의심할 수준이다. 한국에서 중1 큰딸과 초6 작은딸은 공인된 어지르기 챔피언이었다. 방바닥에 옷이 지층처럼 쌓여 있고, 책상 위는 만년 공사 현장이었다. 치워달라고 하면 대충 이불 밑에 쑤셔넣는 게 정리의 전부였다. 그런데 며칠 전,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둘이서 옷을 전부 꺼내놓더니 종류별로 개고, 서랍에 차곡차곡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는 아빠라서, 그리고 이건 스스로 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어서 일부러 한 발짝도 도와주지 않았다. 돌아보니 그게 오히려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자기들끼리 역할을 나누고 알아서 해낸다. 엄마가 옆에 있었으면 아마 손이 먼저 갔을 텐데, 아빠밖에 없으니까 스스로 방법을 찾는 것이다. 사생결단의 각오로 여기까지 왔는데, 이런 작은 성장이 큰 보상으로 돌아온다. 어쩌면 아이들에게 필요했던 건 더 많은 학원이 아니라, 스스로 해낼 수 있는 환경이었는지도 모른다.


😂 챕터 3. 싸움은 줄고 웃음은 늘고, 자매의 재발견

세 번째 변화는 웃음이다. 물론 한국에서도 둘이 잘 놀았다. 하지만 연년생 자매가 하루에 열 번씩 티격태격하는 건 일상이었다. 리모컨 하나 때문에 전쟁이 시작되고, 화장실 순서로 대성통곡이 벌어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일로일로에 와서는 열 번 싸우던 게 서너 번으로 확 줄었다. 여전히 가끔 옥신각신하지만, 금방 서로 웃으며 화해한다. 서로를 기대고 의지하는 모습이 확연히 달라졌다. 생각해 보면 이유는 간단하다. 이곳에서는 아빠와 자기 둘, 이 셋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처럼 각자 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따로 놀 수가 없다. 함께 밥 먹고, 함께 영어 공부하고, 함께 좌충우돌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가까운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50대 중반에 아이들과 이렇게 밀착해서 살아본 건 처음인데, 뒤늦게 발견하는 것들이 참 많다. 딸들의 웃음소리가 어학원 복도에 퍼질 때마다, 여기까지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 챕터 4. 아이들이 나의 선생님이다, 아빠의 반성문

마지막으로 고백할 것이 있다. 이 모든 변화를 지켜보면서 가장 많이 느낀 감정은 뿌듯함이 아니라 부끄러움이었다. 나는 때때로 아이들에게 엄하게 했다. 한국에서 공부에 흥미를 못 느끼는 아이들을 보며 조급했고, 학원을 보내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왜 안 하느냐고 다그친 적도 있고, 이러다 뒤처지면 어쩌나 걱정에 목소리를 높인 적도 있다. 그런데 이곳에 와서 보니, 아이들은 환경만 바뀌면 스스로 자라는 존재였다. 밥도 잘 먹고, 정리도 하고, 서로 아끼며 웃는 모습을 보면 내가 왜 그렇게 불안해했는지 반성하게 된다. 가끔은 아이들이 나보다 훨씬 단단하고 유연하다. 인생이란 게 그렇듯이 도전에 가치를 두고 살아왔지만, 이번 도전에서 가장 많이 배우는 사람은 아이들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인 것 같다. 딸들아, 아빠가 때론 서툴렀지만 이 여정은 우리 셋 모두의 성장 이야기가 될 거다. 오늘도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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