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장. 아이들은 쇼핑 삼매경, 아빠는 인터넷과 씨름 — 페스티벌 워크몰의 평화로운 토요일
일로일로에 온 지 벌써 두 달이 다 되어간다.
3월 21일, 인천공항에서 두 딸 손 잡고 비행기에 올랐을 때만 해도 솔직히 좀 떨렸다.
50대 중반의 아빠가 중1, 초6 딸 둘 데리고 필리핀으로 간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딱 두 가지였다.
"대단하다"와 "미쳤다". 나는 그 두 가지가 사실 같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인생, 한 번은 미쳐봐야 하는 거 아니겠어? 그리고 오늘, 드디어 모처럼의 평화로운 토요일 오후가 찾아왔다.
두 딸은 페스티벌 워크몰 안을 자유롭게 누비며 쇼핑 삼매경에 빠졌고, 나는 스타벅스에 자리를 잡고 노트북을 펼쳤다.
50대 중반 아빠가 에어컨 빵빵한 스타벅스에 앉아 아이스 라떼 한 잔 옆에 두고 블로그나 쓰는 이 상황, 꽤 근사하지 않은가.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와이파이가 딱 1시간 무료인데, 한시간이 지나면 다시 로그인 하니 다시 된다....ㅋ
속도도 기대 이하라 유튜브 한 편은 꿈도 못 꾼다.
급한 메일 하나 보내고 블로그 초안 하나 잡는 게 오늘 스타벅스에서의 전부다.
씨름이라는 표현이 딱 맞다.
하지만 어쩌겠나, 이게 일로일로의 속도 아니겠는가.
느리게 살라는 신의 계시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한국에서 공부에 치여 학원을 전전하던 두 딸이 지금 저렇게 해방된 얼굴로 쇼핑을 즐기는 걸 보면, 이 무모한 도전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든다.
노력하지 말고 즐기자!
☕ 2장. 라떼 한 잔 170페소(약 4,000원)의 두 얼굴 — 스타벅스 물가로 읽는 일로일로 현실
스타벅스 라떼 톨 사이즈 170페소.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대략 4,000원 정도다.
한국 스타벅스 라떼가 6,000원 선인 걸 생각하면 확실히 저렴하다.
오, 이거 완전 이득인데? 싶었다.
근데 잠깐, 현실 체크를 한 번 해보자.
이곳 근로자의 평균 일당이 약 650페소,
한국 돈으로 치면 약 15,000원 수준이다.
그렇다면 라떼 한 잔이 일당의 무려 4분의 1이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지인 입장에서는 절대 가볍게 마실 수 없는 꽤나 사치스러운 음료인 것이다.
관광객 눈에는 싸 보이지만, 로컬 임금 기준으로는 결코 싸지 않은 커피다.
이런 걸 보면 물가라는 게 숫자만으로 판단이 안 된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사실 나는 커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다.
근데 에어컨 빵빵한 스타벅스 자리 하나를 차지하려면 뭔가는 시켜야 하잖은가.
그래서 고른 게 라떼다. 맛은 한국이랑 거의 똑같다.
다만 달게 해달라고 했더니 정말 조심해야 한다.
꿀물 그 자체가 나왔다.
설탕이 아니라 시럽을 아낌없이 퍼붓는 것 같은 수준이었다.
다음부터는 반드시 "a little sweet"을 강조하거나,
그냥 기본으로 시키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는 걸 이날 몸소 깨달았다.
어쨌든 이 라떼 한 잔이 오늘의 자리세이자 에어컨 이용료이자 인터넷 1시간 이용권이다.
4,000원에 이 모든 걸 누리는 거라면, 이 정도면 충분히 합리적인 거 아닌가.
슈퍼울트라캡숑절대초긍정! 🎉
📶 3장. 1시간 무료, 그 이후는 차단 — 일로일로 인터넷 씨름 생존 가이드
일로일로 생활에서 가장 적응하기 힘든 게 뭐냐고 물으면 나는 주저 없이 인터넷이라고 답한다.
스타벅스만 그런 게 아니다.
헬스장도 매일 비밀번호를 새로 받아서 하루 딱 1시간만 쓸 수 있다.
대형 카페들도 대부분 같은 방식으로 운영된다.
처음엔 진짜 답답해서 혼났다.
한국에서는 지하철 안에서도 유튜브가 술술 돌아가는 게 당연한 일상이었으니까.
그런데 두 달을 살다 보니 나름의 생존 전략이 생겼다.
유튜브 영상이나 보고 싶은 영화는 집에서 미리 다운받아 두는 게 정답이다.
외출 중에는 정말 급한 것만 와이파이나 데이터로 처리하고, 나머지는 철저히 오프라인으로 해결한다.
그리고 발품을 좀 팔아보니 변두리 작은 카페들 중에는 무제한 인터넷을 제공하는 곳도 꽤 많더라.
커피 한 잔에 150페소, 한국 돈으로 약 3,500원이면 하루 종일 자리 잡고 작업할 수 있는 카페도 있다.
이런 숨은 카페를 발굴하는 게 일로일로에서 부업을 꿈꾸는 디지털 노마드 아빠의 진짜 숙제가 됐다.
50대에 이런 걸 찾아다니고 있을 줄 몰랐지만, 솔직히 이것도 나름 재미있다.
적응이라는 건 결국 불편함을 내 방식으로 길들이는 과정 아닐까. 느리고 자꾸 끊기지만, 그 안에서 방법을 찾아내면 그게 또 내 것이 된다.
한국에서 빠른 인터넷에 길들여진 내가 지금 이 느린 속도와 공존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이것도 일로일로가 나에게 주는 또 다른 수업이다.
노력하지 말고 즐기자!
🌴 4장. 더운 토요일 오후 쇼핑몰이 최선 — 페스티벌 워크몰에서 찾은 일로일로의 자유
토요일 점심 이후의 일로일로는 진짜 덥다.
체감 온도 35도를 훌쩍 넘기는 날이 허다하고, 그늘 없이 5분만 걸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
이 더위에 밖을 돌아다니는 건 관광도 아니고 거의 수행에 가깝다.
그래서 현지인들도, 우리 가족도 자연스럽게 쇼핑몰로 향한다.
이곳에서 에어컨은 선택이 아니라 복지다.
페스티벌 워크몰은 일로일로에서 손꼽히는 대형 쇼핑몰인데, 한국의 웬만한 쇼핑몰 부럽지 않게 주말마다 사람이 넘쳐난다.
스타벅스도 빈자리 찾기가 쉽지 않은 걸 보면 이 나라 사람들의 커피 사랑도 보통이 아니다.
두 딸은 한국에서 학원과 숙제에 치여 이런 자유로운 토요일 오후를 제대로 누려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근데 지금은 자기들끼리 쇼핑을 다니고, 먹고 싶은 걸 먹고, 그냥 웃고 있다.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으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 무모한 도전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50대 중반에 두 딸 데리고 필리핀까지 온 아빠. 누군가 보기엔 무모할 수 있지만, 나는 이 평범한 토요일 오후가 좋다.
느리고 불편하지만 자유롭고, 어설프지만 진짜인 이 일상. 경제적 자립이라는 무거운 숙제를 안고 있으면서도, 이런 오후만큼은 그냥 아빠로 앉아 있고 싶다.
두 딸이 웃는 것만으로 충분히 잘 오고 있다는 확신이 선다.

이게 내가 일로일로에서 찾고 있는 것이고, 이미 조금씩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슈퍼울트라캡숑절대초긍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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