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일로일로에서 유학 중 바이러스성 결막염으로 꼬박 2주를 앓았다. 왼쪽 눈이 거의 안 보이던 일주일, 가족과 선생님에게 옮길까 봐 마음 졸이던 나날, 그리고 회복까지의 솔직한 기록을 아빠의 시선으로 담았다.

솔직히 이런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지난 2주 동안 나는 블로그도, 영어 수업도, 운동도 거의 손을 놓고 살았다.
이유는 단 하나, 결막염이었다.
처음엔 그냥 눈이 좀 뻑뻑하고 충혈되는 정도였다.
한국에서도 몇 번 겪어본 적 있는 흔한 눈병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이게 하필 여기, 필리핀에서 이렇게까지 오래 갈 줄은 정말 몰랐다.
처음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결막염이 시작된 건 2주쯤 전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눈곱이 유난히 많이 끼어 있었고, 왼쪽 눈이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며칠 지나면 낫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하루 이틀이 지나도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오히려 부기가 점점 심해졌다.
결국 근처 종합병원을 찾아갔다.
의사는 바이러스성 결막염이라고 했다.
안약을 처방받고 며칠 열심히 넣었는데도 차도가 없었다.
결국 한 번 더 병원을 찾아가 다시 처방을 받았다.
두 번이나 병원을 오가며 치료했지만 회복은 더디기만 했다.
왼쪽 눈이 거의 보이지 않던 일주일
가장 힘들었던 건 지난 일주일이었다.
왼쪽 눈이 그냥 뿌옇기만 하고 거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실명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고 하면 너무 과장일까.
그런데 정말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앞이 안 보였다.
블로그 글을 쓰는 건 엄두도 못 냈다.
모니터 화면을 오래 보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다.
아침마다 나가던 1:1 영어 수업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땀 흘리며 하던 운동도 며칠씩 건너뛰었다.
평소 규칙적으로 돌아가던 내 하루가 통째로 멈춰버린 느낌이었다.
밤이 되면 생각이 더 많아졌다.
'이러다 한국에 들어가서 큰 병원에서 제대로 검사를 받아야 하는 건 아닐까.'
타지에서 몸이 아프니 별생각이 다 들었다.
가족을 데리고 유학을 온 가장으로서, 정작 내가 이렇게 무너지면 안 되는데 하는 마음도 컸다.
정말 마음 졸였던 건 전염 문제였다
사실 눈이 안 보이는 것보다 더 나를 괴롭힌 건 따로 있었다.
바로 전염 걱정이었다.
바이러스성 결막염은 전염력이 강하다는 걸 나도 알고 있었다.
우리 집엔 한창 학교와 어학원을 오가는 딸 둘이 있다.
게다가 24시간 영어 환경을 위해 함께 지내는 선생님도 있다.
같은 기숙사 생활을 하는 형님, 동생도 있다.
혹시라도 내 눈병이 아이들에게 옮으면 어쩌나.
아이들이 학교를 못 가게 되면, 수업을 못 듣게 되면 어쩌나.
선생님에게까지 옮기면 얼마나 민폐인가.
그 생각에 수건도 따로 쓰고, 손도 수시로 씻고, 눈을 만진 손으로는 아무것도 만지지 않으려 애썼다.
식탁에서도 괜히 멀찍이 앉고, 아이들이 다가오면 나도 모르게 몸을 뒤로 뺐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옆 사람 눈치까지 봐야 하니 마음이 참 무거웠다.
📌 TIP
바이러스성 결막염은 눈 분비물이나 손을 통해 쉽게 전파된다.
수건과 베개는 반드시 따로 쓰고, 손 씻기를 생활화하는 것만으로도 가족 전염을 상당히 막을 수 있다.
다행히 아무도 옮지 않았고, 나도 회복 중이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결과부터 말하자면, 우리 식구 중 아무도 눈병이 옮지 않았다.
딸들도, 선생님도, 형님과 동생도 모두 멀쩡했다.
이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겪어본 사람만 안다.
나 하나 아픈 걸로 끝나서 얼마나 다행인지.
아마 그동안 신경 쓰며 조심한 게 헛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그리고 4일 전부터 조금씩 시력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뿌옇던 왼쪽 눈에 서서히 초점이 잡히는 그 느낌.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지금은 거의 90퍼센트 정도 회복이 된 상태다.
충혈도 가라앉고 부기도 거의 다 빠졌다.
⚠️ 주의
결막염 증상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거나 시력 저하가 동반되면 단순 결막염이 아닐 수 있다.
자가 판단으로 안약만 넣으며 버티지 말고 반드시 안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함께라서 견딜 수 있었다
몸이 힘들 때 곁에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새삼 느꼈다.
같은 기숙사에서 지내는 형님과 동생이 "형님, 이럴수록 바람이라도 쐬야 합니다" 하며 나를 이끌었다.
그렇게 가까운 바닷가로 나가 잠시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탁 트인 바다를 보고 있으니 답답하던 마음이 조금은 풀리는 듯했다.
아픈 눈으로도 그 풍경만큼은 참 좋았다.
타지에서 이런 인연들이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다시 한번 느꼈다.
유학이라는 게 늘 즐겁고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다.
이렇게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기도 한다.
그래도 함께 걱정해주고 챙겨주는 사람들이 있어 견뎌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바이러스성 결막염은 보통 얼마나 가나요?
개인차가 있지만 보통 1~2주 정도 지속된다.
저처럼 증상이 심하면 2주를 꽉 채우기도 한다.
자연 치유되는 경우가 많지만 증상 완화를 위해 병원 처방을 받는 것이 좋다.
Q. 필리핀에서 눈병이 나면 병원비가 부담되지 않나요?
종합병원 외래 진료 기준으로 진료비와 약값을 합쳐 크게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었다.
다만 병원마다, 처방 약마다 차이가 있으니 참고만 하시길 바란다.
Q. 가족에게 옮기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수건과 베개를 따로 쓰고, 손을 자주 씻는 것이 핵심이다.
눈을 만진 손으로 다른 물건을 만지지 않도록 특히 조심해야 한다.
Q. 시력이 떨어졌는데 저절로 회복되나요?
결막염으로 인한 일시적 시야 흐림은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력 저하가 심하거나 오래간다면 반드시 안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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