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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일로일로 생존기

🔥 필리핀에서 한국식 삼겹살 구워 먹기 (기숙사 야외 파티)

by 피터빅 2026. 8. 26.

콜럼버스어학원 기숙사 야외 테이블에서 부탄가스 버너에 프라이팬을 올려 한국식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필리핀식 숯불 삼겹살과 한국식 팬 삼겹살의 차이, 해군 취사병 출신 동생의 손맛, 그리고 타지 유학 생활의 소소한 행복을 담았다.

삼겹살 파티

필리핀 일로일로에 온 지도 이제 제법 됐다.

기숙사 생활을 하다 보면 은근히 기다려지는 요일이 하나 생긴다.

우리 가족에게는 그게 월요일이다.

콜럼버스어학원은 매주 월요일 저녁이면 어김없이 삼겹살이 나온다.

한 주의 시작을 고기로 여는 셈이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특별하게, 우리 손으로 직접 구워 먹어 보기로 했다.

콜럼버스어학원의 월요일은 삼겹살 데이

기숙사 밥이라고 하면 흔히 부실할 거라 짐작하기 쉽다.

하지만 월요일 삼겹살만큼은 아이들도 나도 늘 반긴다.

한국에서라면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메뉴인데, 타지에 나와 있으니 삼겹살 한 점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딸아이들도 월요일이면 "오늘 삼겹살이지?" 하고 먼저 묻는다.

낯선 나라에서 익숙한 음식이 주는 안정감은 생각보다 크다.

밥상 위에 익숙한 게 하나 올라오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조금 편안해진다.

그렇게 몇 주를 먹다 보니 문득 한국식으로 직접 구워 먹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필리핀은 숯불, 한국은 불판인 이유

필리핀은 닭고기 다음으로 돼지고기 소비가 많은 나라다.

동네 어디를 가도 돼지고기를 숯에 구워 파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나라 전통 방식대로 돼지고기를 숯불에 구우면, 한국에서 먹던 것과는 또 다른 삼겹살이 된다.

불향이 진하게 배어들어 한 점 한 점이 깊은 맛이 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삼겹살을 불판이나 프라이팬에 굽는 게 일반적이다.

이유가 있다.

삼겹살은 기름이 워낙 많아서 숯불에 바로 올리면 불이 확 붙어 겉이 순식간에 그슬려 버린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목살 정도는 숯불에 구워도, 기름 많은 삼겹살은 대개 불판을 쓴다.

목살은 숯불에 구워야 제맛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런데 이곳 필리핀에서는 그 기름 많은 삼겹살마저 아예 숯불에 척척 올려 구워낸다.

처음엔 신기했는데, 계속 먹다 보니 오히려 익숙한 한국식 팬 삼겹살 맛이 슬슬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오늘은 야외 테이블에 부탄가스 버너를 폈다

이 동네 한국 식당들도 삼겹살은 죄다 불판이나 팬에 구워 먹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오늘은 큰맘 먹고 헬퍼에게 부탁을 드렸다.

우리가 직접 한국식으로 구워 먹어 보겠다고 말이다.

마침 어학원 기숙사에는 근사한 야외 테이블이 세 개나 놓여 있다.

평소엔 그냥 지나치던 자리인데, 이런 날 보니 이만한 명당이 없다.

그 위에 휴대용 부탄가스 버너를 올리고, 프라이팬 하나 척 얹었다.

거창한 장비도 아니고, 한국 캠핑장에서 흔히 보던 딱 그 세팅이다.

채반에 담아 둔 삼겹살, 노랗게 속이 꽉 찬 알배추, 김치, 쌈장에 풋고추와 당근까지.

상을 차려 놓고 보니 여기가 필리핀인지 한국 어느 펜션 마당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숯불 냄새 대신 기름 자글자글 익어가는 소리가 마당에 퍼지니, 딸아이들 얼굴이 벌써 환해진다.

📌 TIP
부탄가스 버너에 팬을 쓸 때는 처음부터 센 불로 달구기보다, 중불에서 기름을 살짝 내며 굽는 게 겉만 타는 걸 막는 요령이다. 노릇해진 뒤 마지막에 불을 올려 겉을 바삭하게 마무리하면 딱 좋다.

해군 취사병 출신 동생의 기막힌 손맛

오늘의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같이 공부하는 동생이 굽기를 자처했는데, 이 친구가 해군 취사병 출신이다.

역시 밥 짓고 고기 굽던 내공은 어디 안 간다.

집게 하나 들고 언제 뒤집을지, 언제 불을 줄일지를 정확히 안다.

덕분에 겉은 노릇하고 속은 촉촉한, 그야말로 완벽한 삼겹살이 나왔다.

내가 구웠으면 분명 절반은 태워 먹었을 거다.

한 점 집어 알배추에 쌈장 얹어 싸 먹으니, 아이들이 "이거 진짜 한국 맛이다" 하며 젓가락을 놓지 않는다.

솜씨 좋은 사람 하나가 옆에 있으니 밥상 분위기가 확 산다.

타지에서 만난 인연들과 이렇게 둘러앉아 고기를 굽는 저녁이, 유학 생활의 진짜 재미가 아닌가 싶다.

⚠️ 주의
야외에서 부탄가스 버너를 쓸 때는 바람에 불이 흔들려 화력이 들쭉날쭉해지기 쉽다. 바람을 등지게 자리를 잡고, 가스 잔량도 미리 확인해 두는 게 좋다. 다 쓴 부탄가스 캔은 반드시 완전히 비운 뒤 분리해 버려야 안전하다.

그래도 결국 사람이 남는다

숯불 삼겹살은 분명 별미다.

불향 하나만큼은 한국식 팬이 절대 못 따라온다.

그런데도 사람은 익숙한 맛을 그리워하게 마련이다.

기름 자글자글한 팬 위에 김치 척 올려 같이 구워 먹던 그 맛.

오늘 그 맛을 필리핀 야외 테이블에서 그대로 재현하니 마음까지 든든해졌다.

결국 오늘 얻은 결론은 하나다.

숯불이든 팬이든, 좋은 사람들과 함께 먹으면 그게 제일 맛있다는 것.

메뉴보다 중요한 건 결국 누구와 함께 앉느냐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필리핀에서는 삼겹살을 숯불에 굽는다면서 왜 팬에 구웠나요?
필리핀은 전통적으로 돼지고기를 숯불에 굽지만, 저희는 오히려 익숙한 한국식 팬 삼겹살이 그리웠습니다. 그래서 부탄가스 버너에 프라이팬을 올려 한국식으로 구웠습니다.

Q. 기숙사에서 부탄가스 버너로 고기를 구워도 되나요?
저희는 헬퍼분께 부탁드려 야외 테이블에 세팅해 먹었습니다. 기숙사에 야외 테이블이 마련돼 있어 이런 자리를 갖기에 좋았습니다.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미리 문의하는 게 좋습니다.

Q. 필리핀에서 부탄가스나 프라이팬을 쉽게 구할 수 있나요?
네. 필리핀도 캠핑 문화가 있어 마트나 철물점에서 휴대용 버너와 부탄가스 캔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습니다. 한국 식자재를 파는 곳에서는 쌈장이나 김치도 함께 준비할 수 있습니다.

Q. 한국식 팬 삼겹살과 필리핀 숯불 삼겹살, 뭐가 더 맛있나요?
취향 차이입니다. 불향은 숯불이 압도적이고, 익숙한 그 맛은 한국식 팬이 최고입니다. 결국 함께 먹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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