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일로일로 유학 두 달, 처음으로 정전을 겪었다. 에어컨과 워터펌프가 멈추고 촛불을 켜고 저녁을 먹은 오후. 일로일로 정전의 현실과 정전 대비 준비물, 실제 비용까지 아빠의 솔직한 경험담으로 정리했다.

🌆 필리핀 일로일로 유학 두 달, 방심하던 어느 오후
필리핀 일로일로에 온 지 두 달이 조금 지났다. 그 사이 일로일로 정전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한국에서 정전이라는 단어는 거의 잊고 살았다. 이곳에 와서도 전기는 늘 당연하게 흘렀고, 나는 그것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정전 없이 흘러간 두 달의 방심
두 딸과 함께 어학원 생활을 하며 매일 영어 공부에 매달렸다.
오후가 되면 에어컨을 켜고 책상에 앉아 단어를 외우고 문장을 만들었다.
습한 더위 속에서 에어컨은 사실상 생존 도구였다.
선풍기 한 대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날씨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두 달을 보내며 나는 필리핀의 전기를 한국의 전기와 똑같이 여겼다.
방심이라는 것은 늘 가장 평범한 순간에 조용히 찾아온다.
현지인들이 미리 일러준 정전 이야기
사실 경고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웃 현지인들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정전이 잦다고 말했다.
이곳은 가끔 전기가 나가니 놀라지 말라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다.
나는 그 말을 가볍게 흘려들었다.
두 달 동안 멀쩡했으니 설마 싶었던 것이다.
일로일로 유학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이 말을 절대 가볍게 듣지 않기를 바란다.
📌 주의사항: 일로일로를 비롯한 필리핀 지방 도시는 전력 공급이 불안정한 편이다. 현지인이 정전이 잦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인사치레가 아니라 실제 경험에서 나온 진심 어린 조언이다.
⚡ 갑작스러운 정전, 두 딸과 함께 보낸 3시간
방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 날 오후, 두 딸과 한참 공부에 몰두하던 중 갑자기 모든 것이 멈췄다.
에어컨이 꺼지고, 선풍기가 멈추고, 천장의 불이 동시에 사라졌다.
필리핀 유학을 시작한 뒤 처음 겪는 정전이었다.
에어컨도 워터펌프도 멈춘 오후
가장 먼저 더위가 밀려왔다.
에어컨이 멈추자 방 안의 공기는 순식간에 무겁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이 집은 워터펌프로 물을 끌어올리는 구조였는데, 전기가 끊기자 펌프도 함께 멈췄다.
수도꼭지를 틀어도 물은 가늘게 흘러나오다 이내 말라 버렸다.
샤워는커녕 손을 씻기에도 빠듯한 수압이었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풍경이었다.
전기가 물까지 좌우한다는 사실을, 나는 그날 처음으로 몸으로 깨달았다.
촛불을 켜고 땀 흘리며 먹은 저녁
해가 저물자 집 안은 금세 어두워졌다.
헬퍼가 충전식 렌턴과 양초를 꺼내 불을 붙였다.
두 딸과 촛불에 의지해 저녁을 먹었다.
공교롭게도 그날은 비까지 추적추적 내렸다.
비가 오니 습도는 더 높아졌고, 밥을 먹는 내내 등줄기로 땀이 흘러내렸다.
나는 어린 시절의 정전이 떠올라 묘하게 아련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두 딸은 나와 전혀 달랐다.
태어나 처음 겪는 정전이 마냥 신기한 모양이었다.
촛불을 들여다보며 신기해하고, 어둠 속에서 까르르 웃었다.
다행히 약 세 시간 만에 전기가 돌아왔다.
불이 들어오는 순간, 우리 세 식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작게 환호했다.
💰 필리핀 정전 대비 준비물과 실제 비용
이번 일로일로 정전을 겪으며 가장 절실히 느낀 것은 준비의 중요성이다.
정전이 일상인 곳에서는 미리 대비해 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하루가 완전히 달라진다.
필리핀 유학이나 가족 유학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아래 내용을 꼭 챙기기를 권한다.
정전 대비 추천 준비물
가장 먼저 충전식 선풍기를 추천한다.
에어컨이 멈추는 순간, 충전식 선풍기 한 대가 가족의 표정을 바꿔 놓는다.
다음은 보조배터리다. 정전이 길어지면 스마트폰 배터리가 곧 생명줄이 된다.
LED 충전 랜턴과 양초도 필수품이다.
촛불은 운치가 있지만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는 화재 위험이 있어 랜턴이 더 안전하다.
여유가 있다면 가정용 대용량 파워뱅크도 고려할 만하다.
선풍기와 와이파이, 조명을 몇 시간씩 돌릴 수 있어 장시간 정전에 든든하다.
📌 유학 준비 팁: 충전식 선풍기와 LED 랜턴은 평소에 늘 충전해 두어야 한다. 정전은 예고 없이 찾아오기 때문에, 막상 전기가 나간 뒤에 충전하려 하면 이미 늦다.
정전 대비 용품 실제 비용 정리
실제 일로일로 현지 시세를 기준으로 정리해 본다.
충전식 선풍기는 1,500페소(약 36,000원) 정도면 LED 조명까지 달린 제품을 살 수 있다.
보조배터리는 800페소(약 19,000원) 안팎이다. LED 충전 랜턴은 400페소(약 9,600원) 수준이다.
양초는 한 묶음에 80페소(약 1,920원)로 부담이 거의 없다.
가정용 대용량 파워뱅크는 1,000Wh 기준 약 60,000페소(약 1,440,000원)로 가격이 만만치 않다.
가족 유학을 길게 계획한다면, 선풍기와 랜턴 같은 기본 용품부터 차근차근 갖추는 편이 현명하다.
🌱 정전이 일상인 나라에서 두 딸과 배운 것
세 시간의 정전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우리 세 식구는 한국에서는 배우기 어려운 것을 함께 배웠다.
일로일로 유학의 진짜 공부는 어쩌면 교실 밖에 있는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정전 속에서 발견한 것
두 딸은 정전을 불편이 아니라 작은 모험처럼 받아들였다.
전기가 없으니 스마트폰도, 와이파이도 모두 멈췄다.
그런데 아이들은 오히려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이야기했다.
촛불 앞에 둘러앉아 끝말잇기를 하고, 손으로 그림자놀이를 했다.
화면 없이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 스스로 발견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우리가 이 먼 곳까지 온 이유를 다시 떠올렸다.
한국 학부모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
한국에서 정전은 사고지만, 필리핀에서 정전은 일상이다.
일로일로 사립학교 진학과 가족 유학을 고민하는 학부모라면 이 차이를 미리 받아들여야 한다.
불편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다만 준비를 통해 불편을 견딜 만한 것으로 바꿀 수는 있다.
충전식 선풍기 한 대, 랜턴 하나가 정전의 밤을 가족의 추억으로 바꿔 준다.
영어 교육을 위해 떠난 길이지만, 아이들은 그 길에서 적응력과 여유라는 더 큰 공부를 하고 있다.
필리핀 유학을 결심하던 날, 나는 모든 것이 한국과 똑같기를 바라지 않았다.
다른 환경, 다른 불편, 다른 즐거움을 기대했고, 정전은 그중 하나였다.
오늘의 다짐은 단순하다.
불편을 탓하기보다 그 안에서 웃을 거리를 먼저 찾겠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크고 작은 시행착오가 이어지겠지만, 두 딸과 함께라면 그마저도 좋은 이야깃거리가 될 것이다.
중년의 나이에 떠나온 이 도전이, 나에게는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페이지로 남을 것이라 믿는다.
노력하지 말고 즐기자.
그것이 정전 속에서도 웃을 수 있었던 우리 가족의 힘이다.
슈퍼울트라캡숑절대초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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