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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일로일로 생존기

🍦 10페소 과자에 행복을 배우다 — 필리핀 사리사리 스토어에서 철든 딸들과 마주한 작은 기적

by 피터빅 2026. 5. 23.

50대 중반 아빠가 중1·초6 두 딸과 필리핀 일로일로에서 부딪히며 살아가는 이야기.

한국에서는 몰랐던 아이들의 진짜 모습, 10페소짜리 과자 한 봉지가 가르쳐준 행복의 크기를 나눈다.

사리사리 스토어
마을에서 제일 큰 사리사리 스토어


🏠 1. 한국에서는 몰랐던 아이들의 진짜 모습

필리핀에 오기 전, 솔직히 나는 아이들을 잘 몰랐다.

특히, 사춘기에 접어들자 아이들과 나의 거리는 계속 멀어지고 있었다.

중1 큰딸과 초6 작은딸, 둘 다 각자 방에서 뭘 하는지 모르게 지냈고, 학원 스케줄 체크하는 것이 아빠 노릇의 전부였다.

아침에 학교 보내고, 저녁에 학원 끝나면 잠깐 얼굴 보고, 주말에는 각자 친구들과 놀기 바빴다.

대화라고 해봐야 "밥 먹었어?", "학원 갔다 왔어?" 수준이었으니 아이들 마음속에 무슨 생각이 있는지 알 리가 없었다.

한국의 많은 아빠가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공부에 흥미를 잃어가는 아이들을 학원에 더 보내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을 몰랐고, 그렇게 시간만 흘러갔다.

그러다 결심했다.

일로일로 사립학교에 입학시키기로 하고, 쉰 중반이라는 어쩌면 늦은 나이에 아이들과 함께 이곳까지 날아왔다.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인생이란 게 그렇듯 도전에는 언제나 가치가 있다고 믿는 편이다.

그리고 이곳에 와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아이들은 원래 이렇게 웃을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 2. 사리사리 스토어, 한국 편의점과는 다른 세계

오늘도 어학원이 끝나고 아이들이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고 했다.

빌리지 정문에 있는 이 마을에서 제일 크다는 사리사리 스토어로 향했다.

사리사리 스토어란 필리핀 전역에 약 80만 개 이상 있는 동네 구멍가게로, 음료수부터 과자, 세제, 라면까지 생활 필수품을 소량으로 판매하는 곳이다.

"제일 크다"고 해도 한국의 작은 편의점보다 작다.

선반 두세 개에 과자가 빼곡하고, 냉장고 하나에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이 들어 있는 것이 전부다.

과자 종류도 한국에 비하면 단순하기 그지없다.

Piatos, Nova, V-Cut 같은 현지 스낵이 한 봉지에 10~20페소(약 245~490원) 수준이고, 아이스크림은 개당 5~15페소(약 123~368원) 정도다.

코카콜라 작은 병이 12페소(약 294원), 큰 병이 30페소(약 735원)선이다.

한국 편의점 물가에 익숙한 분이라면 눈이 휘둥그레질 가격표다.

한국에서 아이들에게 "편의점 가자"라고 하면 만원은 기본이었는데, 여기서는 50페소(약 1,225원)면 아이스크림에 과자까지 넉넉하게 살 수 있다.

 

📌 사리사리 스토어 실전 정보

사리사리 스토어에서는 대부분 현금 결제만 가능하다.

동전과 소액 지폐를 항상 준비해두는 것이 좋고, 100페소 이상 지폐를 내면 거스름돈이 없는 경우가 많다.

물건은 진열대 너머로 주인에게 직접 말해서 받는 방식이며, 낱개 구매(틴기)가 기본이라 샴푸 한 포, 커피 한 봉도 살 수 있다.


💰 3. 지갑 없는 아빠, 동전 모으는 딸들

마침 오늘 나는 지갑을 두고 왔다.

한국이었다면 핸드폰 꺼내서 카드로 결제하면 그만이었을 텐데, 여기서는 현금이 전부다.

GCash 같은 전자결제가 일부 가능하긴 하지만 동네 사리사리 스토어에서는 아직 현금이 왕이다.

그런데 아이들의 반응이 뜻밖이었다.

불평 한마디 없이 주머니를 뒤져 동전을 모으기 시작했다.

5페소, 1페소짜리를 하나하나 세더니, 조용히 계산대 앞에서 금액에 맞는 과자 몇 봉지를 골랐다.

이 장면이 가슴에 콕 박혔다.

한국에서는 결제를 아빠 카드에 맡기고 고르기만 하던 아이들이, 자기 돈의 무게를 알게 된 것이다.

10페소(약 245원)짜리 과자 한 봉지를 입에 물고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니, 이곳에서의 모든 고생이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사춘기라면 한창 힘든 시기를 보내야 정상인데, 이 아이들은 오히려 현실에 만족하고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는 법을 스스로 깨달아 가고 있었다.

아이들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아빠였지만, 동시에 세상에서 가장 복받은 아빠이기도 했다.

 

📌 필리핀 생활 꿀팁: 현금 관리

외출 시 반드시 소액 지폐(20, 50, 100페소)와 동전을 넉넉히 챙길 것.

큰 마트나 SM몰에서 일부러 큰 지폐를 사용해 잔돈을 확보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아이들에게 주간 용돈을 소액으로 나눠주면 돈의 가치를 배우는 교육 효과도 있다.


🌅 4. 도전은 나이가 아니라 마음이 정한다

쉰 중반에 아이 둘을 데리고 필리핀에 왔다고 하면 대부분 "대단하다"거나 "걱정되지 않냐"는 반응이 돌아온다.

물론 걱정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어학원에서 아이들과 매일 영어 공부를 하면서, 부업거리도 찾아야 하고, 앞으로 사립학교 학비와 생활비도 계속 나간다.

하지만 아이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 이 모든 게 의미 있다는 확신이 든다.

한국에서 학원에 지쳐가던 아이들이, 이곳에서는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아빠와 함께 밥 먹고, 공부하고, 산책하고, 웃고 떠든다.

각자의 방에 숨어버리던 아이들이 이제는 먼저 말을 걸어온다.

같은 처지의 학부모가 있다면 이 한마디를 전하고 싶다. 아이가 공부에 흥미를 잃었다면, 환경을 바꿔보는 것도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

늦은 나이라는 건 결국 내가 만든 틀일 뿐이다.

내 좌우명은 "노력하지 말고 즐기자!"이고, 오늘도 그 말을 되새기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슈퍼울드라캡숑절대초긍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