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중반 아빠가 두 딸과 함께 필리핀 일로일로에서 겪는 동전 전쟁의 모든 것. 한국과 전혀 다른 동전 체계, 구시대 동전과 신형 동전이 뒤섞인 지갑 속 혼돈을 정리한다. 센티모부터 20페소 동전까지 종류별 크기·재질·가격을 한눈에 확인하고 실전 구별 팁까지 담았다.

📌 챕터 1: 컵에 쌓이는 정체불명의 동전들 — 필리핀 현금 생활의 첫 번째 당황
필리핀에 도착하고 가장 먼저 맞닥뜨린 문화 충격은 화려한 풍경도, 무더운 날씨도 아니었다.
바로 주머니 속에서 우르르 쏟아지는 정체불명의 동전들이었다.
한국에서는 카드 한 장이면 편의점부터 대형마트까지 거침없이 결제가 가능했는데, 이곳 일로일로에서는 사리사리 스토어(동네 구멍가게), 지프니, 시장 어디를 가든 현금이 기본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지폐를 내밀고, 거스름돈으로 동전을 받고, 그 동전들이 어학원 방 한쪽 조그마한 컵에 하루가 다르게 쌓여간다. 문제는 같은 액면가인데도 생긴 게 다 다르다는 점이다.
10페소(약 245원) 동전을 꺼내려는데, 어떤 건 금색과 은색이 합쳐진 바이메탈이고, 어떤 건 은색 원형이다.
5페소(약 123원) 역시 동그란 것과 구각형(아홉 모서리) 두 가지가 뒤섞여 있다.
50대 중반, 노안이 슬슬 찾아오는 눈으로 계산대 앞에서 동전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모습은 그야말로 진풍경이다.
결국 아이들이 옆에 있으면 "너희가 골라서 내라"고 맡기는 게 일상이 되었다.
중1 큰딸이 눈 한 번 휘릭 돌리고 척척 골라내는 모습을 보면, 아빠로서 좀 민망하면서도 대견하다.
💡 실전 팁: 일로일로 현지에서 GCash(모바일 결제 앱)를 개통하면 현금 의존도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세븐일레븐, 졸리비 등 프랜차이즈 매장은 대부분 QR 결제가 가능하며, GCash 개통 시 유효한 신분증(여권 가능)이 필요하다.
다만 사리사리 스토어나 재래시장은 여전히 현금 전용이므로, 동전과의 전쟁은 완전히 피할 수 없다.
📌 챕터 2: 동전 종류가 많은 이유 — 스페인 식민지부터 신세대 동전까지의 역사
필리핀 동전이 이렇게 복잡해진 데에는 역사적인 이유가 있다.
필리핀 화폐 단위 "피소(Piso)"는 스페인 식민지 시절의 "페소(Peso)"에서 유래했으며, 그 하위 단위인 "센티모(Sentimo)" 역시 스페인어 "센타보(Centavo)"에서 온 것이다.
이후 미국 통치 시기, 일본 점령기, 독립 이후까지 시대마다 새로운 동전 시리즈가 발행되었고, 중앙은행(Bangko Sentral ng Pilipinas, BSP)이 여러 차례 디자인과 재질을 변경해 왔다.
가장 최근의 큰 변화는 2018년에 출시된 "신세대 화폐(NGC: New Generation Currency) 동전 시리즈"다.
이 시리즈에서 기존 구리 합금 동전들이 니켈 도금 강철로 전면 교체되었고, 위조 방지를 위한 레이저 각인 마이크로프린트가 추가되었다.
그런데 구형 BSP 시리즈 동전도 여전히 법정 화폐로 통용되기 때문에, 같은 10페소인데 바이메탈 구형(금색+은색 조합, 지름 27mm)과 단색 신형(은색, 지름 27mm)이 함께 돌아다니는 것이다.
2019년에는 20페소 지폐를 대체하는 20페소 동전(약 490원)까지 새로 등장했다.
지폐 한 장의 수명이 약 1년인 데 비해 동전은 10~15년을 버틸 수 있어서 경제적이라는 이유였다.
결과적으로 지금 일로일로 시내에서 물건을 사면, 거스름돈에 1990년대 구형 동전과 2020년대 신형 동전이 뒤섞여 나온다.
이 혼재 상태가 바로 외국인의 지갑을 혼돈의 도가니로 만드는 원인이다.
💡 실전 팁: 구형과 신형을 빠르게 구별하는 핵심은 "색감"이다.
구형은 금색·구리색 계열이 많고, 신형 NGC 시리즈는 전반적으로 은색(니켈 도금)이다.
동전을 받으면 일단 색으로 1차 분류하고, 크기로 2차 분류하는 습관을 들이면 계산대 앞에서 허둥대는 시간이 확 줄어든다.
📌 챕터 3: 동전별 크기·재질·시세 총정리 — 실전 구별 가이드
현재 유통 중인 필리핀 동전을 액면가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2026년 5월 기준 환율: 1페소 ≈ 24.5원).
20페소(약 490원): 지름 30mm, 무게 11.5g. 바이메탈 구조로, 바깥 링은 청동 도금 강철, 안쪽 원은 니켈 도금 강철이다.
앞면에 마누엘 케손 대통령 초상이 새겨져 있으며, 테두리에 "BSP"라는 이탤릭 문자가 6곳에 각인되어 있다.
가장 크고 무거워서 손에 잡히는 느낌만으로도 구별 가능하다.
10페소(약 245원): 지름 27mm, 무게 8.0g. 신형은 니켈 도금 강철 단색 은색이고, 구형은 바깥 링이 백동, 안쪽이 알루미늄 청동인 바이메탈이다.
앞면에 아폴리나리오 마비니 초상이 있다.
5페소(약 123원): 지름 25mm, 무게 7.4g. 2019년 이후 발행분은 구각형(9면체) 형태로, 둥근 5페소와 확실히 다르다.
앞면에 안드레스 보니파시오 초상이 있으며, 니켈 도금 강철 재질이다.
구형 5페소는 니켈 황동 재질의 금색 원형 동전이므로 색과 모양 모두 다르다.
1페소(약 25원): 지름 24mm, 무게 5.4g. 앞면에 호세 리살 초상이 새겨져 있다.
한국의 100원짜리와 크기(지름 24mm)가 거의 동일하고 재질도 비슷해서, 한국 자판기에서 오인식되는 문제로 유명하다.
25센티모(약 6원): 지름 20mm, 무게 3.6g. 니켈 도금 강철, 앞면에 세 개의 별과 태양 문양이 있다.
5센티모(약 1.2원): 지름 15.5mm, 무게 1.9g. 실질적 구매력이 거의 없어 거스름돈으로 받으면 그냥 컵행이다.
1센티모(약 0.25원): 지름 15mm, 무게 1.9g. 사실상 유통되지 않으나 법적으로는 여전히 유효하다.
💡 실전 팁: 동전 지갑이나 동전 분류 케이스를 다이소(일로일로에도 있다!)에서 하나 사두면 생활이 훨씬 편해진다.
가격은 약 88페소(약 2,156원) 전후다. 아이들에게 동전 분류를 맡기면 자연스럽게 필리핀 화폐를 익히는 교육 효과까지 덤이다.
📌 챕터 4: 아빠의 동전 전쟁 생존기 — 도전하는 삶에 거스름돈은 없다
솔직히 50대 중반에 두 딸을 데리고 필리핀까지 와서 새 출발을 한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한국에서 공부에 흥미를 잃고 학원 뺑뺑이만 돌던 아이들을 보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일로일로의 사립학교 입학을 결심하고, 어학원에서 영어 기초를 다지면서, 틈틈이 부업거리를 찾는 나날이다.
매일이 고군분투이고, 사생결단이며, 좌충우돌 그 자체다.
그런 와중에 동전 하나 제대로 못 골라서 계산대 앞에서 쩔쩔매는 아빠의 모습이란, 어찌 보면 우습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불편함 하나하나가 적응의 증거이고, 성장의 발자국이라고 믿는다.
큰딸은 이제 지프니 탈 때 정확히 13페소(약 319원)를 세어서 기사님께 건네고, 작은딸은 사리사리 스토어에서 아이스캔디 하나(5페소, 약 123원) 사 먹으면서 거스름돈을 직접 확인한다.
한국에서는 절대 해보지 못했을 경험이다.
동전 구별 하나에도 현지 적응의 지혜가 담겨 있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매일 조금씩 자란다.
처음에는 동전 색깔도 구분 못 하던 초6 작은딸이, 이제는 20페소 바이메탈 동전을 손끝 감촉만으로 찾아낸다.
"아빠, 이건 테두리가 매끄럽고 무거우니까 20페소야"라고 알려주는 순간, 이 여정이 틀리지 않았음을 온몸으로 느낀다.
비슷한 처지의 학부모님들께 감히 한마디 드리고 싶다.
아이의 교육 환경을 바꾸는 것, 늦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이 가장 빠른 때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고, 도전에는 유통기한이 없다. 준비물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다.
동전 하나 못 알아보는 아빠도 이렇게 살아가고 있으니, 망설이고 있다면 일단 한 발짝만 내딛어 보시길 권한다.
좌우명처럼 되뇌어 본다 — 노력하지 말고 즐기자!
오늘도 동전 한 줌 쥐고 일로일로 거리를 누비는 아빠는 외친다.
슈퍼울트라캡숑절대초긍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