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일로일로 유학 중, 아이들 중간고사가 끝났다. 긴장 속에 일주일을 버텨준 두 딸과, 이브닝 클래스에서 시험공부를 도와준 선생님들과 함께 일로일로 한인식당 도네누에서 저녁을 먹었다. 유학지에서 사람과 사람으로 이어지는 그 시간을 기록해둔다.

일주일이 참 길었다.
아이들 중간고사가 끝났다.
시험이라는 게 그렇다.
잘 봤는지 못 봤는지는 사실 다음 문제고, 그 며칠을 어떤 마음으로 버텼느냐가 더 크게 남는 법이다.
연년생 두 딸이 각자 자기 몫의 긴장을 안고 일주일을 지나왔다.
그 모습만으로도 아빠는 충분히 기특했다.
일주일 중간고사, 아이들의 긴장했던 시간
시험 기간이 되면 집 안 공기부터 달라진다.
평소엔 저녁만 되면 재잘거리던 아이들이 조용해진다.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늘고, 밥 먹다가도 문득 멍하니 창밖을 본다.
한국이 아니라 필리핀에서, 그것도 영어로 시험을 치른다는 게 아이들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
와숑학교(Hua Siong College)에 들어가 이만큼 적응한 것만 해도 나는 대견하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첫째대로, 둘째는 둘째대로 자기 방식으로 긴장을 버텨냈다.
밤늦게까지 단어를 외우다 잠든 날도 있었고, 시험 전날엔 긴장돼서 잠이 안 온다는 말도 나왔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 마음이 어디 편하겠나.
성적을 잘 받아오라는 말은 정작 한 번도 못 했다.
그냥 "네가 준비한 만큼만 하고 오면 된다"고, 그 말만 했다.
시험 마지막 날, 아이들 얼굴이 확 풀리는 걸 보니 나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빠졌다.
이브닝 클래스 선생님들, 정말 고마웠다
이번 시험을 잘 넘긴 데는 선생님들 공이 크다.
우리 아이들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저녁에 어학원에서 이브닝 클래스를 따로 듣는다.
시험 기간엔 이 시간이 온전히 시험 대비로 바뀐다.
낮에 학교에서 배운 걸 다시 짚고, 이해가 덜 된 부분을 하나하나 다시 봐주신다.
솔직히 어른인 나도 저녁이 되면 집중력이 뚝 떨어지는데, 아이들을 붙잡고 밤까지 함께 공부해주신다는 게 보통 정성이 아니다.
📌 TIP
필리핀 유학을 준비하는 분들이라면 학교 수업 못지않게 '이브닝 클래스가 얼마나 밀도 있게 운영되느냐'를 눈여겨보면 좋다. 시험 기간엔 특히 이 시간이 아이의 컨디션과 성적을 좌우한다.
선생님들이 아이 하나하나의 약점을 알고 챙겨주니, 부모 입장에서는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이런 고마움은 말로만 하고 넘어가면 어쩐지 미안하다.
그래서 이번엔 제대로 자리를 한번 마련하고 싶었다.
일로일로 한인식당 도네누에서의 저녁
고민할 것도 없이 한식당으로 정했다.
필리핀 선생님들이 의외로 한식을 참 좋아한다.
그래서 모처럼의 자리는 일로일로 한인식당 도네누(Donenoo)로 잡았다.
도네누는 필리핀 여러 지역에서 볼 수 있는 한식당인데, 현지에서도 한식을 찾는 사람들 사이에선 꽤 익숙한 이름이다.
자리에 앉아 음식이 나오고, 선생님들이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그렇게 편했다.
한식 특유의 든든하고 정겨운 맛이 있다.
먼 타지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준 분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 대접하는 일.
그게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사실 유학 생활에서는 꽤 큰 의미를 가진다.
식사 내내 아이들도 오랜만에 긴장이 풀린 얼굴로 웃었다.
선생님들과 편하게 이야기 나누는 딸들을 보고 있으니, 아 이 아이들이 여기서 참 잘 지내고 있구나 싶었다.
⚠️ 주의
선생님과 외식 자리를 마련할 땐 종교나 식성을 미리 살짝 확인해두면 좋다. 필리핀은 지역과 집안에 따라 못 먹는 음식이 있는 경우가 있어서, 매운 음식이나 특정 재료를 부담스러워하는 분도 있다. 이 부분만 챙겨도 자리가 훨씬 편해진다.
유학지에서 배우는, 사람과 사람 사이
필리핀 유학을 결정하면서 나는 성적이나 영어 실력만 생각하지는 않았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낯선 나라에서 아이가 어떤 어른들을 만나고, 어떤 관계 속에서 자라느냐가 결국 더 오래 남는다고 믿는다.
선생님과 밥을 함께 먹는다는 건 단순한 대접이 아니다.
'우리 아이를 맡아주셔서 고맙다'는 마음을 눈 보며 전하는 시간이다.
이런 자리 한 번이 다음 학기 아이와 선생님 사이를 더 편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유학은 아이만 성장하는 게 아니다.
부모도 이곳에서 사람 대하는 법을 새로 배운다.
말이 서툴러도 진심은 통하고, 밥 한 끼에 마음이 오간다는 걸 나는 여기 와서 다시 느끼고 있다.
시험이 끝난 그 저녁, 우리는 성적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
그저 잘 버텨줘서 고맙고, 잘 가르쳐주셔서 감사한 하루였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도네누는 어떤 식당인가요?
필리핀 여러 지역에서 운영되는 한식당입니다. 일로일로에서도 한식이 그리울 때 찾게 되는 곳 중 하나예요. 현지인과 한인 모두에게 익숙한 편입니다.
Q2. 필리핀 선생님들도 한식을 좋아하나요?
제 경험상 한식을 좋아하는 선생님들이 꽤 많습니다. 그래서 감사 자리를 마련할 때 한식당을 고르면 대체로 반응이 좋습니다. 다만 매운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니 미리 물어보는 게 좋아요.
Q3. 이브닝 클래스가 뭔가요?
학교 정규 수업이 끝난 뒤 저녁에 어학원에서 따로 진행하는 수업입니다. 시험 기간에는 이 시간이 시험 대비 위주로 운영돼서, 아이들 성적과 컨디션에 큰 영향을 줍니다.
Q4. 선생님과 외식 자리를 꼭 마련해야 하나요?
의무는 전혀 아닙니다. 다만 유학지에서는 이런 작은 자리 하나가 관계를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경우가 많아, 기회가 되면 한 번쯤 권하고 싶어요.
시험 끝났다고 뭐 대단한 걸 해준 건 아니다.
그냥 함께 밥 한 끼 먹고, 서로 고맙다고 말한 저녁이었다.
그런데 이런 하루가 유학 생활을 참 든든하게 채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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