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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일로일로 생존기

🍫 일로일로 주말나들이, 발란세냐-까미냐 고택 카페에서 초콜릿 한 잔

by 피터빅 2026. 7. 26.

일로일로 유학 중인 아빠와 막내딸이 주말에 찾아간 발란세냐-까미냐 고택(Balay nga Bato) 카페 후기. 필리핀 사립학교 유학생 가족의 실제 경험과 초콜릿 데 바티롤 가격, 운영시간까지 정리했다.

발란세냐-까미냐 고택

일로일로 유학 중 갑자기 비어버린 토요일 오후

일로일로 유학 생활을 하다 보면 계획에 없던 하루가 불쑥 생길 때가 있다. 지난 금요일 밤, 둘째 딸이 이브닝 클래스를 마치자마자 친구 집으로 파자마 파티를 하러 갔다. 이곳 일로일로에는 같이 유학 온 한국 아이들끼리 유독 잘 어울리는데, 그 친구네 집으로 놀러 간 것이다.

문제는 토요일 아침이었다. 둘째는 없고, 막내와 나만 덩그러니 남아 뭘 해야 할지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필리핀 유학을 시작한 지 몇 달이 지났지만 이렇게 아빠와 막내 둘만의 시간이 생긴 건 오랜만이었다. 평소 같으면 학원 숙제나 집안일을 하며 흘려보냈을 시간인데, 이번엔 왠지 어딘가 나가보고 싶었다.

그렇게 검색하다 눈에 들어온 곳이 발란세냐-까미냐 고택이었다. 일로일로 사립학교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종종 이야기가 나오던 문화·미식 명소라 궁금했던 참이었다. 와숑학교 학기 중에는 평일 일정이 빡빡해서 이런 곳에 갈 여유가 잘 안 나는데, 마침 시간이 비었으니 잘됐다 싶었다. 막내에게 물어보니 흔쾌히 좋다고 해서 바로 차를 몰고 출발했다.

둘째 딸의 파자마 파티, 필리핀 유학 생활의 소소한 장면

솔직히 처음에는 걱정이 앞섰다. 한국이었다면 중학생 딸을 친구 집에서 재우는 걸 이렇게 쉽게 결정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일로일로에서 유학하는 한국 가족들끼리는 서로 사정을 잘 알고, 아이들도 자주 어울리다 보니 이런 왕래가 자연스러워졌다. 같은 학교, 같은 교회를 다니는 아이들이라 부모들끼리도 어느 정도 신뢰가 쌓인 덕분이다.

둘째는 금요일 이브닝 클래스가 끝나자마자 가방을 챙겨 신나게 나섰다. 한국에서는 학원과 학교를 반복하며 지쳐 있던 아이였는데, 여기서는 친구와 노는 것 하나에도 저렇게 눈빛이 달라지는 걸 보면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유학을 결심할 때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 아이들의 정서적인 적응이었는데, 이런 작은 순간들이 쌓여 안심이 되고 있다.

막내와 단둘이 보내는 시간, 낯설지만 반가운 하루

막내는 언니가 없으니 처음엔 심심해하는 눈치였다. 그런데 아빠랑 어디 나가보자고 하니 금세 표정이 밝아졌다. 평소에는 늘 셋이 붙어 다니다 보니 막내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는 일이 의외로 드물었다. 필리핀 유학을 오고 나서 아이들과 물리적으로 붙어 있는 시간은 늘었지만, 정작 한 명과만 온전히 시간을 보내는 건 다른 느낌이었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막내는 학교 이야기, 친구 이야기를 쉬지 않고 재잘거렸다. 와숑학교에서 있었던 일들, 영어 수업이 조금씩 편해지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듣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 있었다. 이런 사소한 대화가 사실 유학 생활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필리핀 국제학교 학부모들이 추천하는 고택 카페의 매력

발란세냐-까미냐 고택은 일로일로에서 가장 유명한 문화·미식 명소 중 하나로 꼽힌다. 필리핀 국제학교나 사립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한국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주말 나들이 코스로 종종 언급되는 곳이다. 1865년에 지어진 고택을 그대로 보존해 사용하고 있어서, 필리핀 유학 중 현지 역사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스페인 식민지 시절의 건축 양식이 곳곳에 남아 있어 아이와 함께 걸으며 이야기 나누기에도 좋았다.

초콜릿 데 바티롤, 이 집의 대표 메뉴를 직접 마셔본 후기

이곳의 대표 메뉴는 단연 초콜릿 데 바티롤(Chocolate de Batirol)이다. 전통 방식으로 만든 진한 핫초콜릿인데, 이름부터가 이곳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에스프레소 잔처럼 작은 잔에 담겨 나오는데, 가격은 1인당 200페소(약 4,800원) 정도였다. 막내와 나 둘이 한 잔씩 시켜서 총 400페소(약 9,600원)를 냈다.

맛은 솔직히 말하면 우리 입맛에 딱 맞았다고 하기는 어려웠다. 전통 방식대로 카카오 함량이 높고 걸쭉한 편이라, 한국에서 흔히 마시던 달콤한 핫초콜릿과는 결이 완전히 달랐다. 막내도 한 모금 마시고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이건 좀 쓴데"라고 했다. 그래도 필리핀 전통 방식으로 만든 음료를 직접 경험해봤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뒀다. 이런 시행착오도 필리핀 유학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경험이라는 생각이 든다.

판싯 몰로와 함께라면 더 좋았을 조합

여기서 초콜릿 데 바티롤과 함께 가장 많이 주문하는 메뉴가 판싯 몰로(Pancit Molo)라고 한다. 일로일로 몰로 지역에서 유래한 전통 만두 수프 요리인데, 진한 초콜릿 음료와 함께 먹으면 단맛과 짠맛의 조화가 좋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찾아봤다. 아쉽게도 이날은 초콜릿만 마시고 나와서 직접 맛보지는 못했다. 다음에 갈 때는 판싯 몰로까지 함께 주문해서 제대로 된 조합을 경험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택 내부는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옛날 가구와 사진들을 구경하며 막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기념품 코너도 있어서 간단한 소품 몇 개를 구경했지만 이날은 따로 구매하지는 않았다.

일로일로 생활비로 살펴보는 주말 나들이 비용

필리핀 생활비를 이야기할 때 이런 소소한 나들이 비용도 빼놓을 수 없다. 일로일로 유학 생활은 학비나 월세 같은 큰 지출도 중요하지만, 이런 주말 나들이 비용도 은근히 쌓이면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 된다. 이날 지출은 초콜릿 데 바티롤 두 잔에 400페소(약 9,600원), 여기에 왕복 기름값 정도가 추가로 들었다.

 

📌 TIP. 발란세냐-까미냐 고택 방문 전 알아두면 좋은 정보

  • 운영시간: 매일 오전 8시 ~ 오후 5시
  • 대표 메뉴: 초콜릿 데 바티롤 1인 200페소(약 4,800원) 내외
  • 함께 즐기기 좋은 메뉴: 판싯 몰로
  • 고택 내부 관람과 기념품 구경은 무료로 가능

⚠️ 주의. 입맛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전통 핫초콜릿

초콜릿 데 바티롤은 카카오 함량이 높고 걸쭉한 전통 방식이라, 달콤한 코코아를 기대하고 가면 실망할 수 있다. 아이와 함께 간다면 미리 "전통 방식이라 조금 쓸 수 있다"고 언질을 주는 편이 좋다.

근처에서 함께 둘러보기 좋은 곳들

이 고택 하나만 보고 오기엔 이동 시간이 아까울 수 있어서, 근처 명소도 함께 정리해본다. 차로 약 10분 거리에 몰로 맨션(Molo Mansion)이 있는데, 예쁜 카페와 기념품 숍이 있어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바로 옆에는 일로일로의 대표적인 성당인 몰로 성당(Molo Church)도 있어서 같이 둘러보기 좋다. 해 질 무렵이라면 일로일로 에스플러네이드(Iloilo Esplanade)에서 산책을 곁들이는 코스도 추천할 만하다.

유학 생활 속 작은 사치, 주말 나들이의 가치

사실 400페소(약 9,600원)면 한국 기준으로는 카페 음료 두 잔 값 정도밖에 안 되는 금액이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이 정도 지출로 막내와 특별한 추억 하나를 만들 수 있었다는 점에서 훨씬 값지게 느껴졌다. 필리핀 유학을 준비하는 가족이라면 이런 소소한 문화 체험 비용도 예산에 살짝 넣어두는 걸 추천하고 싶다. 큰돈이 들지 않아도 아이와의 관계에 남는 경험은 생각보다 크다.

필리핀 유학, 예상치 못한 하루가 남긴 것들

이번 주말 나들이는 사실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둘째 딸의 파자마 파티 덕분에 막내와 단둘이 시간을 보낼 기회가 생겼고, 그 덕분에 평소라면 가보지 않았을 고택 카페까지 다녀올 수 있었다. 필리핀 유학을 시작하고 나서 느낀 건, 이렇게 계획에 없던 순간들이 오히려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사실이다.

초콜릿 데 바티롤은 솔직히 우리 입맛에 완벽하게 맞진 않았다. 하지만 막내와 함께 낯선 맛을 함께 경험하고, 그 반응을 보며 웃었던 순간 자체가 이번 나들이의 진짜 수확이었다. 필리핀 유학이라는 게 결국 아이들에게 영어 실력만 남기는 게 아니라, 이런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이는 태도까지 함께 키워주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족유학을 결심하고 일로일로까지 오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와숑학교 입학 준비부터 콜롬버스어학원 생활, 아이들 적응까지 시행착오도 많았다. 처음 몇 달은 아이들 눈치를 살피느라 정작 나 스스로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처럼 예정에 없던 하루가 생기고 나서야, 유학 생활이라는 게 큰 계획표만으로 채워지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필리핀 유학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한 가지 조언을 드리고 싶다. 학비나 학교, 생활비 같은 큰 그림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런 작은 나들이 하나가 아이와의 관계를 훨씬 단단하게 만들어준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완벽한 계획보다 오히려 여백이 있는 하루가 더 값진 추억을 남길 때가 많다. 그래도 이렇게 소소한 주말 하루하루가 쌓여가는 걸 보면, 중년에 시작한 이 도전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조금씩 생긴다. 앞으로도 아이들과 함께 이곳저곳 다니며 더 많은 이야기를 쌓아가고 싶다. 남은 유학 기간 동안 두 딸과 함께 일로일로 곳곳을 하나씩 채워나가는 게 지금의 소박한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