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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일로일로 생존기

🔦 필리핀 일로일로 정전, 두 딸과 함께한 유학 생활의 진짜 하루

by 피터빅 2026. 6. 22.

필리핀 일로일로 유학 생활을 하다 보면 정전은 피할 수 없는 일상이다. 저녁 기도회 중에 찾아온 어둠, 비상 랜턴 아래 끝까지 공부하던 두 딸, 그리고 일로일로 정전 대비 준비물과 비용까지 솔직하게 정리했다.

정전 속 수업
필리핀 한석봉

필리핀 일로일로 정전, 기도회 중에 찾아온 어둠

필리핀 일로일로 정전은 이제 우리 가족에게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 이번에도 저녁을 먹고 한숨 돌리던 7시 30분쯤 갑자기 집 안의 모든 불이 꺼졌다.

저녁 7시 30분, 멈춰 버린 전기

밥을 다 먹고 설거지를 마칠 무렵이었다. 순식간에 천장 등이 나가고 에어컨도 멈췄다. 처음 일로일로에 왔을 때는 이런 순간마다 가슴이 철렁했지만, 이제는 "또 왔구나" 하며 휴대폰부터 더듬어 찾는다. 정전은 보통 두세 시간이면 돌아온다는 걸 몸으로 익혔기 때문이다. 그래도 더운 나라에서 에어컨이 멈추는 순간의 막막함은 매번 새롭다.

교회 기도회와 핸드폰 불빛

마침 그날 저녁은 교회 기도회가 있는 날이었다. 나는 교회에 나가 어두운 예배당에서 핸드폰 라이트에 의지해 성경을 펼쳤다. 작은 화면 불빛 하나에 글자를 비춰 가며 기도를 이어 갔다. 한국에서라면 상상도 못 했을 풍경이다. 밝은 형광등 아래 앉아 있던 예배가 당연한 줄만 알았는데, 어둠 속에서 드리는 기도는 또 다른 무게로 다가왔다.

비까지 내린 밤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쏟아지기 시작했다.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는 예배당 안은 금세 후텁지근해졌다. 땀은 흐르고 빗소리는 거세지고, 핸드폰 배터리는 줄어 갔다. 결국 목사님이 8시쯤 "오늘은 여기까지 합시다" 하며 기도회를 정리해 주셨다. 무리하지 않고 멈춰 주신 그 결정이 오히려 고마웠다. 어둠과 더위 앞에서는 욕심을 내려놓는 것도 지혜라는 걸 새삼 느꼈다.

일로일로 정전은 왜 이렇게 자주 생길까

일로일로 유학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정전의 원인을 미리 알아 두는 편이 마음 편하다. 무작정 "전기가 약한 나라"라고 넘기기보다 구조를 이해하면 대비도 쉬워진다.

비사야스 전력난과 순환 정전

일로일로가 속한 비사야스 권역은 전력 공급이 빠듯한 편이다. 실제로 얼마 전에도 비사야스 그리드 공급 부족으로 적색경보가 내려졌고, 오후 4시부터 밤 11시 사이에 두세 시간씩 순환 정전이 예고된 적이 있었다. 전기가 모자라면 지역을 돌아가며 잠시 끊는 방식이다. 그래서 어떤 날은 우리 동네가, 어떤 날은 옆 동네가 어둠에 잠긴다. 유학 초반에는 이 패턴을 몰라 당황했지만, 알고 나니 한결 차분해졌다.

정비와 날씨, 그리고 노후 설비

정전 원인이 전력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송전선 정비나 변압기 점검 같은 계획 정전도 자주 잡힌다. 실제로 일로일로 인근에서는 낡은 전봇대를 교체하느라 하루 12시간씩 전기가 끊긴 날도 있었다. 여기에 비, 강풍, 태풍 같은 날씨가 겹치면 예고 없는 정전이 더해진다. 그날 밤처럼 비가 쏟아질 때는 정전 확률이 한층 높아진다고 보면 된다.

모어파워 안내 확인하는 법

일로일로 시내 전기는 모어파워(MORE Power)가 공급한다. 계획 정전은 보통 모어파워 공식 페이스북에 미리 공지된다. 나는 이곳에 온 뒤로 이 페이지를 즐겨찾기에 넣어 두고 수시로 확인한다. 어느 지역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끊기는지 미리 나오니, 일정을 조정하기에 좋다. 정전을 막을 수는 없어도, 예고된 정전이라면 미리 대비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차이다.

필리핀 유학 생활 정전 대비 준비물과 비용

필리핀 유학 생활에서 정전 대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거창한 장비가 아니어도, 몇 가지만 갖춰 두면 어두운 두세 시간이 훨씬 견딜 만해진다.

우리 집 정전 필수품

우리 집에서 가장 든든한 건 충전식 비상 랜턴이다. 평소 콘센트에 꽂아 충전해 두면 정전 순간 알아서 켜지거나 버튼 한 번에 환해진다. 여기에 용량 큰 보조배터리 두어 개는 늘 충전 상태로 둔다. 핸드폰 불빛만으로 버티다 배터리가 바닥나는 상황이 제일 곤란하기 때문이다. 충전식 선풍기 하나만 있어도 더위가 한결 견딜 만하다.

시중에서 알아본 비상용품 가격

실제로 동네 철물점과 쇼핑몰 시세를 비교해봤다. 환율은 1페소당 약 25원 기준이다. 충전식 LED 비상 랜턴은 크기에 따라 약 300~1,500페소(약 7,500~37,500원) 선이다. 보조배터리는 용량에 따라 약 500~2,000페소(약 12,500~50,000원)에 구할 수 있다. 충전식 선풍기는 약 1,500~4,000페소(약 37,500~100,000원), 소형 발전기는 약 15,000~40,000페소(약 375,000~1,000,000원)까지 올라간다. 우리 집은 발전기까지는 두지 않고 랜턴과 보조배터리, 선풍기 선에서 마무리했다.

 

📌 정전 대비 준비물 체크리스트

  • 충전식 비상 랜턴 1~2개(평소 완충 유지)
  • 대용량 보조배터리 2개 이상
  • 충전식 선풍기 또는 손풍기
  • 손전등과 여분 건전지
  • 생수와 간단한 비상 간식

정전이 잦은 동네의 생활 팁

전기가 들어와 있을 때 미리 충전해 두는 습관이 가장 중요하다. 냉장고는 정전 시 문을 최대한 열지 않아야 음식이 오래 버틴다. 인터넷 공유기도 보조배터리로 잠깐 살릴 수 있어 아이들 수업에 도움이 된다. 중요한 서류나 노트북 작업은 전기가 안정적일 때 미리 끝내 두는 편이 마음이 편하다.

 

⚠️ 이것만은 주의하자

  • 양초는 화재 위험이 크니 어린아이가 있는 집은 충전식 조명으로 대체하는 게 안전하다.
  • 정전이 길어질 땐 냉동식품 상태를 꼭 확인하고, 의심되면 과감히 버린다.
  • 정전 자체보다 갑작스러운 복전 때 전압이 튀어 가전이 상할 수 있으니, 큰 가전은 코드를 잠시 빼 두는 것도 방법이다.

두 딸과 함께한 정전의 밤, 그리고 감사

정전의 밤은 결국 두 딸과 함께한 시간으로 기억에 남았다. 어둠 속에서 오히려 또렷하게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비상 랜턴 아래 이브닝 클래스

기도회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보니 뜻밖의 장면이 펼쳐져 있었다. 두 딸이 비상 랜턴 하나에 의지한 채 이브닝 클래스를 그대로 진행하고 있었다. 어두운 방, 작은 불빛 아래 펜을 쥔 모습이 꼭 한석봉과 그 어머니 같은 분위기였다. 정전인데도 수업을 끝까지 이끌어 준 선생님이 참 고마웠다. 덥고 어두운 가운데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끝까지 앉아 있던 두 딸이 대견하고 또 미안했다.

전기가 다시 들어온 순간

약 두 시간 만에 "팟" 하고 전기가 들어왔다. 천장 등이 켜지고 에어컨이 다시 돌아가는 그 순간,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 환호했다. 별것 아닌 전기 하나에 온 식구가 이렇게 기뻐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전기 없이 몇 시간을 버티다 불이 들어올 때의 환희와 반가움을, 우리 가족은 이제 안다. 당연하던 것이 당연하지 않을 때, 비로소 그 고마움이 보인다.

한국에서는 몰랐던 감사

솔직히 한국에서는 이런 감사를 느껴 본 적이 없다. 스위치만 누르면 불이 켜지고, 버튼만 누르면 에어컨이 도는 삶이 너무 당연했다. 이곳에서의 불편함은 분명 고생이지만, 그 안에서 작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배운다. 두 딸도 마찬가지다. 정전 한 번에 짜증 내던 아이들이 이제는 "또 왔네" 하며 알아서 랜턴을 챙긴다. 환경이 아이들을 조금씩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오늘 같은 밤을 보내고 나면, 중년에 시작한 이 도전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편한 길을 두고 굳이 어려운 길을 택했지만, 그 어려움 속에서 가족이 함께 웃고 함께 버티는 법을 배운다. 앞으로도 정전은 계속될 것이고, 더 큰 시행착오도 남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이 길에서 두 딸과 함께 성장해 가고 싶다. 한국에서 비슷한 길을 고민하는 학부모가 있다면, 불편함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다. 환경을 바꾸는 도전은 아이만이 아니라 부모도 함께 변하게 만드는 일이니까. 노력하지 말고 즐기자! 슈퍼울트라캡숑절대초긍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