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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일로일로 생존기

🌧️ 필리핀 일로일로 우기와 휴교령, 두 딸과 함께 겪은 생생한 적응기

by 피터빅 2026. 6. 25.

필리핀 일로일로 우기 시기와 평균 강수량, 태풍 영향, 그리고 비가 쏟아질 때 시장과 교장 재량으로 내려지는 휴교령까지 직접 겪고 조사한 내용을 정리했다. 두 딸과 가족유학 중인 50대 아빠의 현실 후기다.

비오는 아침

필리핀 일로일로 우기는 언제부터 시작될까

필리핀 일로일로 우기는 막연히 알던 것보다 훨씬 길고 끈질기다. 한국에서 짐을 싸면서 "동남아니까 비야 좀 오겠지" 하고 가볍게 생각했던 내가 부끄러울 정도다. 실제로 와서 자료를 찾아보고 하늘을 겪어보니, 일로일로의 비는 한 철 지나가는 손님이 아니라 반년 가까이 머무는 식구에 가까웠다.

일로일로 우기 시기와 평균 강수량

일로일로 우기는 대체로 6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진다. 자료에 따라서는 5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를 넓은 의미의 우기로 보기도 하고, 반대로 건기는 2월부터 4월까지로 좁게 잡는다. 연평균 강수량은 약 2,154mm에 달한다. 서울의 연평균 강수량이 대략 1,400mm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이곳은 한국보다 훨씬 많은 비가 쏟아지는 셈이다. 가장 비가 많은 달은 7월이다. 7월 한 달에만 평균 약 333mm의 비가 내리고, 강우일수는 무려 19일에 이른다. 한 달의 3분의 2가 비 오는 날이라는 뜻이니, 숫자만 봐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건기와 우기의 확연한 차이

같은 일로일로라도 건기와 우기는 완전히 다른 도시처럼 느껴진다. 가장 건조한 4월은 한 달 강수량이 63mm 남짓이고 비 오는 날도 닷새 정도에 그친다. 대신 낮 최고 기온이 34도까지 치솟아 건기 특유의 뜨거운 햇볕이 내리쬔다. 반대로 우기에 접어들면 습도가 80% 안팎으로 올라가고, 오후가 되면 거의 매일 굵은 비가 쏟아진다. 우리가 3월 21일에 이곳에 도착했을 때는 마침 건기의 끝자락이라 비 구경을 거의 못 했다. 그런데 6월로 접어드니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맑던 오전 하늘이 점심 무렵부터 시커멓게 변하고, 한바탕 퍼붓고 나면 거짓말처럼 다시 해가 나는 날들이 반복됐다.

우기에 처음 만난 스콜의 위력

말로만 듣던 스콜을 직접 겪어보니 그 위력이 상상 이상이었다. 한국의 장맛비가 끈질기게 오래 내린다면, 이곳의 비는 짧고 굵게 쏟아붓는 폭격에 가깝다. 전동 스쿠터로 잠깐 나갔다가 갑자기 쏟아진 비에 흠뻑 젖은 채 처마 밑에서 30분을 떨었던 날도 있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외출할 때마다 하늘부터 올려다보는 버릇이 생겼다. 필리핀 일로일로 우기를 제대로 겪고 나서야, 이곳 사람들이 왜 늘 우산을 챙기고 다니는지 비로소 이해하게 됐다.

일로일로 휴교령은 누가 어떤 기준으로 내리는가

일로일로 휴교령은 한국 학부모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주제라 사실관계를 꼼꼼히 확인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비가 많이 오면 시나 학교장 재량으로 휴교령이 내려진다"는 이야기는 사실이다. 다만 그 권한이 어떤 순서와 기준으로 작동하는지는 정확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시장과 교장의 휴교령 재량 권한

필리핀의 휴교령 권한은 한 사람에게 몰려 있지 않다. 기상청 격인 파가사(PAGASA)가 태풍 신호를 발령하지 않은 상황이라도, 폭우나 홍수가 발생하면 시장이나 도지사 같은 지자체장이 재량으로 휴교를 결정할 수 있다. 실제로 메트로 마닐라의 여러 시에서는 폭우 예보만으로도 오전 또는 오후 수업을 통째로 중단시킨 사례가 적지 않다. 여기에 더해 교육부(DepEd) 규정은 학교장에게도 재량권을 준다. 지자체 발표가 없는 국지적 위험 상황에서는 학교장이 자체 판단으로 대면수업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사립학교와 대학은 자체 평가에 따라 휴교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명시돼 있다. 아이들이 다니는 사립학교 역시 이 범주에 들어가니, "교장 재량 휴교"라는 말은 빈말이 아니다.

태풍 신호에 따른 자동 휴교 기준

폭우와 달리 태풍이 오면 규정이 한층 명확해진다. 파가사가 열대저기압 강풍신호(TCWS) 1호부터 5호 중 하나라도 발령하면, 해당 지역의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대면수업이 자동으로 취소된다. 이때는 시장이 따로 발표하지 않아도 휴교가 적용된다. 이 기준은 교육부령 37호(2022년)와 이를 개정한 022호(2024년)에 근거한다. 다만 개정된 규정에서는 대면수업만 중단될 뿐, 온라인 수업이나 과제형 학습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예전처럼 휴교라고 무조건 노는 날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휴교 소식은 어디서 확인할까

처음 며칠은 휴교 정보를 어디서 봐야 할지 몰라 답답했다. 한국처럼 학교에서 일괄 문자가 오는 시스템이 아니라, 정보가 여러 곳에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가장 빠른 창구는 일로일로 시청과 시장의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다. 지자체장이 휴교를 결정하면 보통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페이스북으로 먼저 공지가 올라온다. 여기에 학교 단위 단체 채팅방 정보를 더하면 거의 실시간으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나는 시청 페이지 알림을 켜두고, 학부모 채팅방을 함께 확인하는 방식으로 정착했다.

태풍과 타이푼이 일로일로에 미치는 실제 영향

태풍과 타이푼은 일로일로 유학을 고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변수다. 필리핀은 태평양 태풍 벨트 한가운데에 있어 해마다 수많은 태풍이 지나가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다만 일로일로가 속한 서부비사야 지역은 다른 지역과 비교해 결이 조금 다르다.

일로일로는 태풍 안전지대일까

일로일로는 흔히 태풍 피해가 비교적 적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태풍의 직접적인 land 통과는 주로 루손 북부, 비콜, 동비사야에 집중되는 편이다. 일로일로가 자리한 서부비사야는 그 길목에서 한 발짝 비켜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안전지대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곤란하다. 국제 재해 평가에서 일로일로의 사이클론 위험도는 '높음'으로 분류돼 있다. 앞으로 10년 안에 피해를 줄 만한 강풍이 닥칠 확률이 20%를 넘는다는 의미다. 직격은 덜해도 태풍의 가장자리 영향권에는 충분히 들 수 있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2025년 태풍 티노가 남긴 기록

내가 일로일로에 오기 전인 2025년 11월, 태풍 티노(국제명 칼매기)가 서부비사야를 강타했다. 당시 일로일로를 포함한 다섯 개 주에서 13만 명이 넘는 주민이 피해를 입었다. 일로일로시에서만 약 5천 명이 미리 대피했고, 시장은 강 주변 마을에 선제 대피 명령을 내렸다. 파가사는 일로일로 일대에 강풍신호 4호까지 올렸고, 학교 수업도 곳곳에서 중단됐다. 직접 겪은 일은 아니지만, 이 기록을 찾아보며 이곳도 결코 태풍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한국에서 막연히 "필리핀 남쪽이라 괜찮겠지" 하던 생각을 조용히 접게 된 계기였다.

우기와 태풍에 대비한 준비물

우기와 태풍을 한 번 겪고 나면 준비물 목록이 저절로 바뀐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물건들이 생존 필수품으로 승격된다.

📌 우기·태풍 대비 준비물 팁

  • 튼튼한 우산: 약 250페소(약 6,250원), 바람에 잘 뒤집히지 않는 제품으로 고를 것
  • 성인·아동용 우비: 약 200페소(약 5,000원), 등하교용으로 넉넉히 준비
  • 방수 장화: 약 500페소(약 12,500원), 침수 골목을 지날 때 요긴함
  • 방수 가방 커버: 약 150페소(약 3,750원), 교과서와 노트북 보호용
  • 보조 배터리와 손전등: 정전에 대비해 상시 충전 유지

비 오는 날 단거리 Grab 이용료는 대략 150페소(약 3,750원) 안팎이라, 스쿠터를 두고 차량을 부르는 날도 늘었다. 미리 준비해 둔 덕에 우리 집은 큰 낭패 없이 첫 우기를 넘기고 있다.

우기를 견디는 아빠의 생활 후기와 다짐

가족유학의 진짜 모습은 햇볕 좋은 날보다 이런 우기에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필리핀 일로일로 우기를 두 딸과 함께 통과하며 느낀 점이 적지 않다. 영어 교육이라는 큰 목표 아래 시작한 도전이지만, 정작 매일을 채우는 건 이런 사소한 날씨와의 씨름이다.

두 딸과 빗속에서 겪은 시행착오

비 오는 날의 등하교는 생각보다 큰 숙제였다. 중학교 1학년 둘째와 초등학교 6학년 막내를 동시에 챙기다 보면, 우산 하나가 부족해 서로 양보하다 둘 다 젖는 날도 있었다. 한 번은 갑작스러운 폭우에 학교 앞에서 Grab이 잡히지 않아, 처마 밑에서 한참을 기다린 적도 있다. 그날 막내가 "아빠, 한국은 이렇게까지 비 안 왔잖아" 하고 툴툴댔는데, 사실 나도 같은 마음이었다. 그래도 며칠 지나니 아이들이 알아서 우비를 챙기고 신발을 갈아 신는 모습을 보며, 적응이라는 게 별게 아니구나 싶었다. 시행착오를 한 번씩 겪을 때마다 우리 세 식구의 생활 매뉴얼이 한 줄씩 늘어났다.

한국 학부모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

일로일로 유학을 준비하는 한국 학부모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점이 있다. 첫째, 우기와 휴교령을 변수가 아니라 일상으로 받아들여야 마음이 편하다. 둘째, 학비나 비자 같은 행정 일정은 우기와 무관하게 굴러가니 날씨 핑계로 미루지 말아야 한다.

⚠️ 유학 전 반드시 확인할 주의사항

  • 학비: 휴교가 잦아도 등록금과 각종 비용은 그대로이니 예산에 변동이 없다고 보면 된다
  • 비자: 관광비자에 학습허가(SSP)를 더하는 구조라, 휴교와 별개로 체류 일정을 관리해야 한다
  • 학교 선택: 침수가 잦은 저지대보다 배수가 잘 되는 위치인지 미리 확인하는 편이 좋다
  • 생활 적응: 갑작스러운 정전과 인터넷 불안정에 대비해 보조 수단을 늘 갖춰둘 것

이 네 가지만 미리 챙겨도 첫 우기의 당황스러움을 절반은 줄일 수 있다. 직접 부딪혀 본 사람으로서 가장 솔직하게 건넬 수 있는 조언이다.

중년의 도전, 그리고 앞으로의 다짐

돌아보면 우기는 우리 가족유학의 좋은 예방주사였다. 뜻대로 되지 않는 날씨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기보다, 그 안에서 즐길 거리를 찾는 법을 배웠다. 비 오는 날엔 식구끼리 둘러앉아 따뜻한 국물 요리를 해 먹고, 못다 한 영어 공부를 함께 들여다보는 시간이 오히려 늘었다. 50대 중반에 두 딸을 데리고 낯선 나라에 온다는 건 분명 무모해 보이는 도전이었다. 그러나 매일의 작은 시행착오가 쌓여 어느새 우리 세 식구의 단단한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앞으로 남은 우기도, 그 뒤에 찾아올 태풍의 계절도, 겁내기보다 한 걸음씩 즐기며 통과할 생각이다. 노력하지 말고 즐기자, 이 마음 하나면 어떤 날씨도 두렵지 않다. 슈퍼울트라캡숑절대초긍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