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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일로일로 생존기

🌙 필리핀 일로일로 가족유학, 엄마 없이 두 딸과 사는 아빠의 속마음

by 피터빅 2026. 6. 13.

필리핀 일로일로에서 사춘기 두 딸과 엄마 없이 살아가는 50대 아빠의 솔직한 속마음. 가족유학이라는 도전 앞에서 무료함과 그리움에 흔들리고, 예민한 딸과 부딪치고, 그래도 다시 회복하며 느낀 감정을 아빠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적은 일로일로 유학 일기다.

 

달달한 빵으로

엄마 없는 타지에서 사춘기 두 딸과 산다는 것

엄마 없이 사춘기 두 딸과 타지에서 산다는 건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 필리핀 일로일로 가족유학을 결심할 때는 아이들의 미래만 보였다. 막상 와서 살아 보니, 정작 매일을 버텨야 하는 사람은 아빠인 나였다. 아침에 두 딸을 깨우고, 끼니를 챙기고, 표정을 살피는 일이 하루의 시작이다. 한국이라면 아내와 나눠 졌을 무게를 이곳에서는 혼자 짊어진다.

아빠 혼자 짊어진 빈자리

아내는 한국에서 큰딸과 살림을 챙기며 우리를 뒷바라지한다.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다는 건 생각보다 큰 빈자리를 남긴다. 딸들이 엄마를 찾을 때면 그 빈자리를 아빠가 메워 보려 애쓴다. 하지만 사춘기 딸에게 엄마의 자리는 아빠가 완전히 대신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걸 알면서도 모른 척 웃으며 끼니를 차리고, 빨래를 개고, 학교 이야기를 듣는다. 빈자리는 채우는 게 아니라 함께 견디는 것임을 매일 조금씩 배운다.

아직 은퇴는 이른 나이, 문득 찾아오는 무료함

나는 아직 은퇴를 말하기엔 이른 나이다. 한국에서라면 한창 일하고 사람들 속에 부대끼며 살았을 시간이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아이들이 학교에 간 사이, 문득 무료함이 밀려올 때가 있다. 할 일을 만들고 어학 수업을 들어도 마음 한구석이 텅 비는 순간이 찾아온다. 도전을 선택한 건 나인데, 정작 그 도전 속에서 길을 잃은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럴 때면 창밖의 낯선 풍경을 한참 바라보며 마음을 다잡는다.

사춘기 딸의 예민함 앞에서 흔들리는 아빠 마음

사춘기 딸의 예민함은 아빠의 마음을 자주 복잡하게 만든다. 필리핀 일로일로라는 낯선 환경은 아이들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모양이다. 사소한 말 한마디에 토라지고, 방문을 닫고, 대답이 짧아지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이면 나도 사람인지라 마음이 출렁인다. 아무렇지 않은 척 넘기려 해도, 속으로는 꽤 오래 그 말을 곱씹는다.

힘든 표정을 숨겨야 하는 날들

이곳에 온 이상 힘들다는 표현이나 지친 표정을 보이면 안 된다고 다짐했다. 아빠가 흔들리면 아이들이 가장 먼저 불안해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이 무거운 날에도 애써 목소리를 밝게 내려 한다. 하지만 마음이라는 게 늘 다짐대로 움직여 주지는 않는다. 표정을 숨기는 일은 생각보다 큰 에너지를 쓰는 일이라는 걸 여기 와서 알았다. 그 가면이 무거워질 때면 혼자 잠깐 밖으로 나가 숨을 고른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나

딸들이 사춘기 소녀의 전형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말을 듣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런 순간이면 솔직히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든다.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겠다고 가족을 데리고 왔는데, 정작 마음은 어긋난다. 이게 맞는 선택이었나, 너무 이른 욕심은 아니었나 자문하게 된다. 누구에게 하소연할 곳도 마땅치 않아 그 질문을 혼자 끌어안는다. 그래도 다음 날 아침이면 다시 아이들 밥을 짓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래도 우리는 가족이라는 것

그래도 결국 우리는 가족이다. 필리핀 일로일로에서의 가족유학이 가르쳐 준 가장 분명한 사실이 그것이다. 아무리 부딪치고 마음이 상해도, 우리는 같은 집에서 같은 밥을 먹는 사이다. 미움이 오래 머물 자리가 우리 사이에는 없다. 그 단순한 진실이 무너지려는 나를 매번 붙잡아 준다.

언제 그랬냐는 듯 회복되는 신기함

가장 신기한 건 회복되는 속도다. 조금 전까지 차갑던 아이가 언제 그랬냐는 듯 다가와 말을 건다. "아빠 배고파", 그 한마디면 무거웠던 공기가 순식간에 풀린다. 어른인 나는 한참을 곱씹는데, 아이들은 훌훌 털고 다시 웃는다. 그 회복력을 보고 있으면, 오히려 내가 아이들에게 배우는 기분이다. 어른은 자존심 때문에 화해를 미루지만, 아이들은 배가 고프면 그냥 다가온다. 그 단순함이 우리 셋을 다시 한 식탁으로 모은다. 가족이라는 관계는 상처보다 회복이 빠르다는 걸 이곳에서 다시 깨닫는다.

다시 웃어 주는 딸들에게 느끼는 고마움

그럼에도 끝까지 잘 따라와 주는 두 딸이 그저 고맙다. 낯선 나라, 낯선 학교, 엄마와 떨어진 생활을 아이들도 견디고 있다. 어쩌면 흔들리는 건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 셋 모두일 것이다. 그 와중에 다시 웃어 주고, 다시 손을 내밀어 주는 아이들이 대견하다. 완벽한 아빠는 못 되어도, 곁에 있어 주는 아빠는 될 수 있다고 매일 다짐한다. 돌이켜 보면 아이들은 불평 한 번 크게 하지 않고 이 낯선 생활을 따라와 줬다. 그 묵묵함이 사실은 가장 큰 응원이었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린다. 이 고마움 하나로 나는 또 하루를 버틴다.

아빠의 다짐과 같은 길 위의 부모들에게

같은 길 위에 선 부모들에게 아빠로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가족유학은 아이만 성장하는 시간이 아니라 부모가 함께 흔들리는 시간이다. 필리핀 일로일로에서 보낸 날들이 내게 가르쳐 준 건 결국 그 한 가지였다. 힘든 날이 있다고 해서 선택이 틀린 건 아니다. 흔들림과 회복은 한 묶음으로 온다는 걸 이제는 안다.

완벽한 아빠보다 곁에 있는 아빠

나는 완벽한 아빠가 되기를 일찌감치 내려놓았다. 대신 흔들려도 도망가지 않는 아빠, 곁을 지키는 아빠가 되기로 했다. 아이들이 훗날 이 시간을 떠올릴 때, 아빠가 함께 있었다는 기억이면 충분하다.

 

📌 같은 길 위의 아빠에게

  • 힘든 날엔 아이 앞에서 잠시 자리를 비우고 혼자 숨을 고르자
  • 하루 한 번은 산책이든 커피든 나만의 시간을 꼭 확보하자
  • 아이의 사춘기 태도를 나를 향한 미움으로 받아들이지 말자
  • 회복은 반드시 온다, 그 믿음을 끝까지 놓지 말자

⚠️ 마음이 무너지지 않으려면

  • 힘듦을 혼자만 삼키면 어느 순간 폭발한다, 한국의 아내·지인과 자주 통화하자
  • 아이의 말 한마디에 하루 전체를 걸지 말자
  • 다른 집 유학, 다른 아이와의 비교는 마음을 갉아먹는 가장 빠른 함정이다

같은 고민을 하는 한국 학부모에게

자녀 유학을 고민하는 한국 학부모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싶다. 이 길은 분명 외롭고, 흔들리는 날이 반드시 찾아온다. 그러나 가족이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면 그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는다.

오늘도 나는 무료함과 그리움 사이에서, 다시 도전을 선택한다. 사춘기 딸의 예민함에 마음이 출렁인 날도 있었고, 내가 뭘 하고 있나 자문한 밤도 있었다. 그래도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웃어 주는 두 딸 덕분에 나는 또 일어선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 아빠는 충분하다고 믿는다. 중년의 도전은 늦은 게 아니라 그저 다른 계절일 뿐이다. 노력하지 말고 즐기자, 이것이 우리 가족이 일로일로에서 붙잡은 마음이다. 슈퍼울트라캡숑절대초긍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