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와숑학교(Hua Siong College)에서 열린 3일짜리 체육행사 SIKLAB 2026 참관기. 6학년 막내가 사흘 내내 응원전에 나선 이야기와, 한국 아빠 눈에 비친 필리핀 학교 문화, 그리고 행사 뒤 짧은 방학까지 솔직하게 담았다.

며칠 전부터 막내가 유니폼이며 폼폼이며 챙기느라 분주하더니, 결국 학교 체육행사가 시작됐다.
그런데 이게 하루 이틀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
무려 3일.
우리 집 두 딸 중에 6학년 막내만 이 행사에 사흘 내내 나갔다.
한국에서 운동회라고 하면 보통 하루, 길어야 오전에 뚝딱 끝나고 김밥 먹고 집에 오는 게 전부였는데 말이다.
솔직히 처음엔 "무슨 체육행사를 사흘이나 하나" 싶었다.
그런데 막상 학교 강당에 들어서고 나니, 이건 그냥 운동회가 아니라 하나의 축제더라.
오늘은 그 낯설고도 뜨거웠던 필리핀 학교 행사 이야기를 좀 풀어보려 한다.
3일 동안 이어진 체육행사, 솔직히 좀 놀랐다
강당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부터 규모에 한 번 놀랐다.
넓은 실내 코트를 아이들이 가득 메우고 있었고, 그 뒤로는 학부모들이 의자를 빼곡히 채우고 앉아 있었다.
무대 위엔 큼직한 현수막이 걸려 있었는데, "PHOENIX GRADERS SIKLAB 2026"이라고 적혀 있었다.
풍선으로 만든 아치가 무대를 감싸고, 빨강·파랑·노랑 색색의 장식이 천장까지 늘어져 있어서 이게 학교 행사인지 무슨 지역 축제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행사 진행도 생각보다 훨씬 짜임새가 있었다.
무대 중앙엔 심사위원처럼 보이는 선생님들이 나란히 앉아 계셨고, 카메라 삼각대까지 세워두고 촬영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며칠씩 준비했다는 게 한눈에 느껴졌다.
여기 사는 분들이야 매년 겪는 익숙한 일이겠지만, 이제 막 자리 잡은 나 같은 유학 아빠에겐 하나부터 열까지 다 새로웠다.
한국이었으면 상상도 못 할 그림이라, 그저 입 벌리고 구경만 했다.
오전엔 학년별 퍼포먼스, 오후부터 본격 응원전
행사 흐름을 보니 나름의 순서가 있었다.
첫날 오전엔 각 학년, 각 반이 돌아가며 자기들만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리고 오후부터는 본격적인 응원전이 펼쳐졌는데, 이게 다음 날, 또 그다음 날까지 쭉 이어졌다.
말하자면 오전은 몸풀기, 오후부터가 진짜 시작인 셈이다.
아이들은 팀별로 유니폼을 딱 맞춰 입고 나왔다.
빨강과 검정이 섞인 드래곤 팀, 파랑과 흰색의 매 팀, 보라색 팀, 노란색 팀까지.
손엔 반짝이는 폼폼을 하나씩 들고, 줄을 맞춰 서서 응원 동작을 연습하는데 그 열기가 대단했다.
우리 막내도 빨강·검정 유니폼을 입고 그 무리 속에 섞여 있었다.
낯선 나라, 낯선 학교에서 저렇게 또래들 틈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모습을 보니, 아빠 입장에선 괜히 코끝이 찡했다.
말도 서툴 텐데 저 큰 무리 속에서 씩씩하게 웃고 있는 걸 보니, 유학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SIKLAB 2026, 유니폼과 응원에 진심인 아이들
이 행사 이름인 'SIKLAB'이 궁금해서 뜻을 찾아봤다.
타갈로그어로 '블레이즈(blaze), 스파크, 플레어', 그러니까 확 타오르는 불꽃이라는 의미였다. Tagalog Dictionary
갑작스럽게 확 타오르는 불길, 짧은 불꽃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Wiktionary
'피닉스(불사조)'를 앞세운 행사 이름과 딱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이름값을 하려는 건지, 아이들이 응원에 쏟는 에너지가 정말 불꽃 같았다.
필리핀 학교들은 이런 인트라뮤랄(교내 체육·응원 행사)에 유독 진심인 편이다.
단순히 달리기하고 공 차는 수준이 아니라, 팀 이름을 짓고 전용 유니폼을 맞추고, 몇 주에 걸쳐 응원 안무를 짜서 무대를 만든다.
경쟁이라기보다는 아이들끼리 함께 만들어가는 하나의 문화에 가까웠다.
학부모들도 그냥 앉아만 있는 게 아니라, 자기 아이 팀 색깔에 맞춰 옷을 입고 와서 열심히 응원하고 사진을 찍었다.
이런 걸 어릴 때부터 몸으로 익히니, 이 나라 사람들이 흥과 무대 매너가 남다른 게 아닌가 싶었다.

이 나라 아이들에겐 일상, 나에겐 문화 충격
솔직히 며칠 내내 이어지는 이 행사를 보며 "좀 과하다" 싶은 마음도 들었다.
학업은 언제 하나 싶기도 하고, 한국식 사고방식이 남아 있는 나로서는 자꾸 시간 계산부터 하게 됐다.
그런데 가만히 보고 있으니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여기 아이들에게 이건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그냥 학교생활의 자연스러운 일부였다.
성적표 숫자만큼이나, 이렇게 친구들과 부대끼며 무대를 만들어본 경험도 소중한 자산이 될 테니 말이다.
나 역시 딸들에게 점수로 스트레스 주고 싶지 않아서 여기까지 왔으니, 이런 풍경이야말로 내가 바라던 교육에 더 가까운 건지도 모르겠다.
낯선 게 꼭 나쁜 건 아니더라.
행사 끝나면 일주일 방학, 3쿼터제의 리듬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은, 이 긴 체육행사가 끝나면 일주일 정도 짧은 방학이 있다는 점이다.
이곳 학교는 학기를 세 구간으로 나누는 쿼터제로 돌아가는 듯한데, 그 중간중간에 이렇게 짤막한 방학이 껴 있는 모양이다.
한국처럼 여름·겨울로 길게 몰아 쉬는 게 아니라, 짧게 자주 쉬어가는 리듬이랄까.
행사로 진을 뺀 아이들에게 딱 맞는 재충전 기간인 셈이다.
막내도 사흘을 뛰고 나면 꽤 지칠 텐데, 방학이 바로 붙어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 방학 동안엔 밀린 잠도 재우고, 시원한 데 나가서 맛있는 것도 좀 사줘야겠다.
낯선 나라에서 씩씩하게 무대에 오른 막내에게 주는 작은 상이라고 해두자.
❓ 자주 묻는 질문(FAQ)
Q. 필리핀 학교 체육행사는 원래 이렇게 며칠씩 하나요?
학교마다 다르지만, 규모 있는 사립학교에서는 인트라뮤랄이나 응원 행사를 며칠에 걸쳐 여는 경우가 흔합니다. 하루 만에 끝나는 한국 운동회와는 결이 좀 다릅니다.
Q. 아이 한 명만 참여하는 것도 가능한가요?
학년별로 참여 일정이 달라서, 우리 집은 6학년 막내만 3일 내내 나갔습니다. 학년에 따라 참여 범위가 나뉘는 것 같습니다.
Q. 'SIKLAB'은 무슨 뜻인가요?
타갈로그어로 '불꽃, 스파크'라는 뜻입니다. 이번 행사의 상징인 불사조(Phoenix)와 잘 어울리는 이름입니다.
Q. 행사가 끝나면 바로 방학인가요?
네, 저희 아이 학교 기준으로는 행사 뒤에 일주일 정도 짧은 방학이 이어집니다. 쿼터제라 중간중간 이런 방학이 있는 듯합니다.
낯선 나라에서 낯선 행사를 구경하며, 오늘도 나는 아빠로서 한 뼘 더 배운다.
노력하지 말고 즐기자!
슈퍼울트라캡숑절대초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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